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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항암 일기] 연재

[항암 일기 ⑳] 유방암 성형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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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성형외과 교수님과 미팅이 잡혔다. 

수술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이다. 

가슴을 전절제한 후에 암 부위를 박박 긁어내어 최대한 남은 암세포가 없게 수술을 한 후에는 

가슴의 모양을 잡기 위해 유방성형외과와 수술이 연계된다. 

예전에는 가슴보형까지는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해주지 않았었는데

환자의 자존감 회복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요소라고 인정받게 되어 

보정수술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성형외과 외래가 잡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어리둥절 성형외과 대기실에 앉았다. 

검색을 해보니 보형물을 넣는 방법과 자가지방을 넣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런 걸 결정해야 하는 건가?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뭘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성형까지는 내 계획엔 없었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죽느냐 사느냐 하고 있었는데... 

교수님 방에 들어가니 천천히 그림을 그려주시면서 설명하셨다. 

전절제 수술인 데다가 워낙 피부가 얇아서 조직확장기를 넣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었다.

조직확장기를 넣은 후에 방사선치료가 끝나면 그때 실리콘을 넣는 계획을 잡으셨다.

겨드랑이 림프부분부터 가슴 윗부분, 유륜까지 절제해서 안에 있는 유방을 전절제 하는 수술로 잡혔다.

유두는 조직만 떼어내서 조직 검사를 하고, 암세포가 발견되면 유두를 전부 절제하는데,

만약 암세포가 없다면 유두는 남겨둘 것이라고 하셨다. 

유두는 절제하면 재건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약간 어색함이 남는다며, 

가급적 유두는 보존하고 싶어하셨다.

내 경우에는 다행히도 유두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약간의 살점이 뜯겨나간 상처만 조금 남은 멀쩡한 모양을 보존할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 차트에 적으신 수술명은 "유륜유두보존 절제술 & 재건술"이었다. 

실제 절제부위랑 가장 비슷하게 그려진 그림은 아래와 같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96/0000535807

 

 

조직확장기를 삽입한 후로 매주 성형외과에 출석했다. 

주로 하는 일은 드레싱이지만 유방암 수술에서 특징적인 점이 있다면, 

가슴에 주삿바늘을 꽂고 일주일간 새어나온 피와 물을 주사기로 빼냈다가 

식염수를 채워넣는 일을 매주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때 가슴을 쥐어짜기도 하는데, 이 모든 일을 마취도 없이 하게 된다.

물론 아직 가슴에 신경이 돌아오지도 않아서 통증은 없다. 

이것보다 훨씬 심한 수술도 많을 텐데, 뭔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고 없이 당한 터라 상당히 우습기도 하고, 괴상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이 일을 할 때마다 식은땀이 흐르고, 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미주신경성 실신같은 거라며,

실제로 구토를 하거나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드레싱일 뿐이다.

너무 긴장해서 그러는 것이니, 다른 분들은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받으셨으면 좋겠다. 

 

수술 통증이 줄어드니 이 행위도 당할 만해졌다. ㅎㅎ 

실밥을 일부 풀었는데, 여전히 신경이 돌아오지 않아 전혀 느낌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아침에 장난을 친다고 가슴을 주먹으로 치는 바람에 다시 피가 났고... 

그날 다시 바느질로 가슴을 꿰매어야 했다. 이때는 정말 실신할 뻔했다.

육아를 하느라 하도 몸을 써서 그런지 상처가 쉽게 낫지 않았다. 

교수님도 이제 피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잘 낫지 않는다며 걷기 운동도 하지 않을 것을 권하셨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괜찮아졌다. 

 

팔 운동도 단계적으로 천천히 시작하니 운동범위도 넓어졌다. 

이제 수영은 못할 것 같다. 팔에 과부하가 걸리면 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부위 팔은 평생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다. 

운동은 많이 못하더라도, 팔 재활은 성실하게 해야 한다. 근육이 굳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팔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면, 딱풀이 떨어지는 것 같이 '쩌억' 소리가 난다. 

유방외과 교수님은 이 팔 스트레칭도 잘 권유하지 않으신다고 한다. 

그래도 자연스러운 활동을 위해 나는 조금씩 운동 하기로 했다. 

운동은 반드시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의 후 권장하는 강도로 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RSu4FwXM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