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글을 쓰지 않았다. 그냥 쓰고 싶은 마음이 처음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처음 발병했을 때는 세상 창작욕이 마구 생기더니, 이제는 조금 지치는 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 블로그에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고, 궁금해하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서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쓰지 못했던 시기의 내 근황 살짝과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에 답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월에 방사선 검사를 시작했고, 32일 정도 치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별 느낌이 없는 것 같더니 보름 정도 지나고부터는 체력 이슈가 생겼다.
나도 모르는 새에 살이 쭉쭉 빠지고 힘이 빠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보름 동안에는 살이 4 킬로그램이나 빠져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암환자가 살이 빠졌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었지만
당시 내 몸에 큰 아픔이 없었고 치료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고 얼굴도 보기 좋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름쯤 지나고 난 뒤부터는 호흡도 힘들어지고, 걷는 게 힘들어질 정도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었다.
1월 중순에는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중간 평가 검사를 했는데, 겨드랑이에 하나 목 부분으로 주르륵 작은 덩어리들이 생겼던 것이다.
검사 경과를 지켜보니 덩어리들이 생기거나 약간 커지거나 한 것으로 보였다.
수술 전 TCHP는 효과적이었지만, 수술 후 캐싸일라 요법은 거의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전이 암이 되었기 때문에 혈액종양내과로 이전하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앤허투라는 약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 약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전이가 되었지만 처음에만 조금 놀라고, 또 원래 그랬듯이 성실히 치료받고 있다.
언제까지 치료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암환자로 살아남기 프로젝트 다시 시작이다.
이번 여름에는 치료가 끝날 줄 알았는데, 헛된 기대였나 보다ㅎㅎ
Q&A
1. 항암 후 첫날 울렁증이 있을 수 있나요
▶ 약마다 다른데 독성항암이 포함된 항암제는 울렁증이 대부분 동반되는 것 같아요.
TCHP 요법을 사용할 때에도 울렁증이 있다고는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여러 예방 주사와 아킨지오 처방을 받으면 울렁증이 심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다른 부작용은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지금은 앤허투를 맞고 있는데, 앤허투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오심, 오역이라 이건 아킨지오 처방을 받아도 일주일간은 울렁거려요. 교수님께 요청드려서 산쿠소 패치와 맥페란을 처방받아 보충하고 있어요. 그래도 앤허투 때는 울렁증이 너무 심하고 통제가 잘 안 되네요. 요즘 좀 고생하고 있어요.
사람마다 부작용의 정도와 종류가 다 달라서 힘든 부분이 비슷하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해요. 몸을 잘 관찰하셔서 담당 교수님께 적극적으로 말씀하시고 참지 말고 처방받아 꼭 해결하세요. 참는 게 꼭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2. 항암주사 맞으면 잠이 안오나요
▶ 전 지쳐서 잠을 잘 자는 편이에요. 쉬고 싶을 때 아이를 돌보느라 못 쉬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커피는 혈압이 너무 낮은 아침에만 마셔요. 항암치료받으면서 협심증 약을 조금씩 먹고 있는데 부작용으로 혈압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 이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 외로 통증이 너무 심하면 잠이 안 오기도 해요. 그럴 땐 참지 말고 진통제를 꼭 드세요. 퇴원하실 때 진통제를 처방받아 임시로 가지고 계시다가 그렇게 잠이 오지 않을 때 드시면 몸이 편안해지면서 잠이 올 수도 있어요. 항암 주사 부작용으로 불면증은 잘 오지 않는 것 같아요. 원인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니 스스로 몸을 관찰해 보세요. 낮에 걷기나 가벼운 등산 같은 운동을 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돼요.
3. 항암제 먹고 발이 시려요
▶ 독성 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에 하나예요. 그래서 그런지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퇴원할 때 말초 신경제를 처방해 주시더라고요. 발이 시리고 손끝이 저리고 혀가 마비되고 머리가 저릿저릿한 현상 모두 말초신경이랑 연관이 있을 수 있어요. 교수님과 상의하시고 처방받으셔서 이것도 예비로 약을 쟁여두고 계시면 좋아요.
특히 밤에 잠을 자다가 이 증상이 생기면 의식 못하고 잠을 자다가 마비 증상이 조금 올 때도 있더라고요. 전 팔 한쪽이 전부 감각이 없어져서 새벽에 놀라서 막 주무르고 약 먹고 진정한 적이 있었어요. 항암 부작용이니 막을 수는 없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약을 꼭 챙겨두세요. 양말 꼭 잘 챙겨 신으시고요.
4. TCHP 항암부작용 적으면 효과가 없나요
▶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어봤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 결과도 딱히 없어서 아마 의사분들도 이런 얘기를 확실하게는 해주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수술 전에 TCHP 부작용이 아주 심했는데, 그때는 약이 확실히 잘 들었어요. 큰 유방 덩어리가 많이 작아졌었거든요.
수술 후에는 표적항암제인 HP만 사용했는데, 표적항암제라 그런지 부작용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퍼제타가 정말 잘 듣는 약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전이가 생기긴 했었어요. 저는 그냥 퍼제타가 잘 듣지 않는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 좀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는 옆에서 부작용이 적어서 그렇다고 말씀하시는데, 뭐... 모르는 일인 것 같아요. 이게 꼭 부작용이랑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확실히 없어요.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아요.
5. 퍼제타 실비는 잘 나오나요
▶ 어떤 보험에 들었느냐에 따라 달라서 보험사에 알아보시기는 해야 해요. 저는 2세대 보험이라 최근에 생긴 보험보다 보장이 좀 두루뭉술하게 되어 있었어요. 확실한 건 퍼제타는 국가에서 수술 전에 100% 보장, 수술 후에는 30% 보장을 해줘요. 병원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저는 맞을 때마다 200만 원 정도 자부담을 먼저 해야 했지만 나중에 다시 보장받았어요. 다행히 2세대 보험도 입원해서 받는 암치료는 보장을 해주었기 때문에 자부담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입원을 안 했을 때에는 보장을 해주지 않았어요.) 4세대 보험은 또 다를 수 있으니 한번 전화해서 알아보시는 게 확실하실 거예요. 2세대는 아마 저랑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제가 쓰는 내용이 아주 새로운 얘기는 아니겠지만, 또 처음 이런 일을 접하는 분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궁금하실 내용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언제든지 댓글로 물어보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는 대답해 드릴게요. 저도 혼란스러워서 쓰기 시작한 일기였으니까요. 다들 비슷한 마음이시겠지요. 너무 절망하지 마시고, 곧 지나갈 폭풍이다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같이 힘내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