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약은 잘 들은 게 맞다.
TCHP로 항암치료를 했음에도 몸에 암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수술을 진행한 교수님께서 환부를 열어보니 암 자체는 5mm 정도 남아 있었다고 하셨다.
일단 9cm로 발견된 종양에서 2.7cm 악성 종양이 있었고, 그중 6회의 항암치료로 5mm만 남겨두었으니
약효는 어느 정도 있었다는 셈이 된다.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경우에는 항암제를 다른 종류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약이 잘 듣지 않았다면 앞으로의 치료 방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었기 때문에
수술 전 불안감이 컸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너무 낙담하지 말고 그에 맞는 후행 치료를 하면 된다.
약의 종류를 바꾼다거나 치료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다만 암이 남아 있기 때문에 케사일라 요법을 사용하실 거라고 했다.
문제는 퍼제타의 사용 여부였다.
수술 후 첫 외래.
교수님 방에 들어서자마자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하셨다.
보험에 잘 가입이 되어 있냐는 것이었다.
내가 가입한 보험, 특히 실손보험으로 퍼제타 비용을 받을 수 있는지
보험회사에 확실히 확인해보라고 하셨다.
보험회사는
"치료 목적이며, 보장 한도 내 금액에 해당하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실손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심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라고 대답했다.
아 정말 애매한 답변이다.
이 사람들 정말 말을 뱅뱅 돌려서 하는 데에는 선수로구나, 정신 차려야겠다.
하나씩 따져보자.
1. 치료 목적인가 OK
2. 보장 한도 내 금액인가 OK
3. 건강보험이 적용되는가 ->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내 암은 건강보험에 적용된다.
퍼제타라는 약은 수술 전 항암으로 사용할 때에는 70%의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수술 후 항암으로 사용할 때에는 0%의 건강보험을 적용받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고 싶었지만, 건강보험공단이든 어디든,
정확히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되지 않는다"라는 명확한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부분을 보험회사에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들이야말로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는 측이었다.
그렇게 했을 때에 "심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라고 하니,
그야말로 불안해 미칠 노릇이었다.
약값 때문에 효과가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앞으로 3주마다 12회를 진행하게 될 텐데, 그때마다 200만원씩 지출할 여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다시 교수님을 찾아가서
저 보험사의 표현을 정확하게 다시 알려드렸다.
그리고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의 의미가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교수님은 "거 참 웃기는 사람들이네." 하더니
퍼제타는 '인정 비급여'에 해당하는 약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케사일라 중 HP가 급여 인정이 되니, 퍼제타도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된다.
교수님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확인하라고 요청하신 건,
첫째로 내가 정말 실손보험을 들어두었는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하신 것이며
둘째로 있다면 치료를 받는 내가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셋째로는 보험사에서 나중에 다른 소리 하지 못하게 케사일라를 시작한다는 확실한 의사를 전달하라는 것에 있었다.
이런 일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이후에 퍼제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당일 입원을 해야 치료비를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과정은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어찌됐든 환자의 비용문제까지 걱정해주는 의료진을 만나 다행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