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 마니아는 아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다만 생활체육인으로서 몇 가지 즐겨하는 운동들은 있었다. 어려서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못해도 장거리 달리기는 곧잘 하던 학생이었기 때문인지,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 그리고 혼자 하는 운동은 즐겨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고 오래 해왔던 운동은 수영이다.
인터넷에서 수영하는 사람들과의 공감대를 쌓으며, 혼자 영법을 연구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워낙 쉴 때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어느 정도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강습을 잘 안 듣고 자유수영만 다녔기 때문인지 특정 수준 이상으로 실력이 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제대로 마음 먹고 1년을 열심히 다니면 중이염이 약간 생긴다. 그럴 때는 수영복을 챙겨 넣고 운동화를 꺼낸다.
처음부터 러닝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아기를 낳고 나서는 혼자 여유부리며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인지
수영은 잘 가지 못했었다. 저녁 시간 15분, 20분 할애해서 집 앞 산책로를 한 바퀴 뛰고 오면
땀이 비오듯 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는 했다. 그때부터 러닝에 중독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에는 무릎이 아파서 무릎 밴드와 쿠션 좋은 운동화가 필수였다.
하지만 러닝도 자세를 교정하고, 내 페이스를 찾고 나니 한 시간을 뛰어도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은 달렸던 것 같다. 여전히 잘 달리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느려 터지고, 수준도 낮다.
하지만 러닝을 하면 좋은 점이 있다.
달리는 내가 겁나 멋있다는 거다.
숨이 벅차는 순간을 이겨내고, 내가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속도로 생각지도 못했던 거리를 뛰고 나면, 그만큼 자존감이 올라가고는 했다. 수영이나 러닝이나 내가 뛰어나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지구력만큼은 남들 못지않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생각보다 실제로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뛰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암에 걸리기 전 1년 간 난 이렇게 수영과 러닝을 꾸준히 해왔었다.
나름 건강을 신경 써 왔다는 거다. 흐음.
그래서 항암을 시작하고 난 다음에는 대체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1차 항암제를 맞자 마자 다리와 배에 근육이 풀려버렸다.
나름 단단하게 잡혀 있던 코어가 풀러 할머니 배처럼 흐물거렸다.
다리 근육도 빠져서 살이 빠져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흐물흐물 살이 늘어져 보였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서 있기가 힘들었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있으면 영락없이 90세 노인이었다.
요양병원의 선생님들이나 옆 방 아주머니들이나, 엄마나 하나같이 "죽어라고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당췌 걸을 힘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설사가 너무 심해서 걸어 다닐 수조차 없었다.
어떻게 걸으라는 건지,
그리고 왜 걸으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혈관도 점점 약해져서 항암주사를 잘 맞으려면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는데 도무지 의욕이 나지를 않았다.
항암환자는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직도 오리무중이기는 하다.
그러다가 한 가지 찾은 것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