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컬러는 "명백한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상반된 방향의 정신적 작용일지도 모른다"라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논한다. 우선 원인이 있다. 그 후에 결과가 있다. 우선 모기 한 마리가 어떤 사람의 팔을 물어야 팔이 가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연속 과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수사적 작용에 의해 구성된 것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려움을 느끼고 나서야 원인을 찾으려 한다. '실제'인과의 연쇄는 '가려운데! 이건 모기 때문이로군'하는 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원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름 아닌 결과이다. 그러므로 전의적인 작용에 의해서 가려움-모기로 이어지는 연쇄의 순서는 모기-가려움(인과적 연쇄)으로 재배열된다. 후자의 연속 과정은 추론하는 힘의 산물이지만, 그것은 고정된 진정한 질서로 받아들여진다. H.포터 애벗, <서사학 강의>, 95쪽. |
우리 안에 서사가 이미 존재한다고 주장한 채트먼과 달리, 바르트와 조너선 컬러는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서사의 수사작용이라고 말한다. 즉 서사와 그 의미가 이미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된 고전적인 오류라는 것이다. 서사는 여러 사건들의 우연적인 배치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 할 수 있다. 의미를 새롭게 생성한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또한 새로운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다고 '여겨지는' 자리에서 잠시 떼어내어 다른 위치에 잠시 두는 방식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는 이 '배치'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실험하는 영화다. 반복되는 대사와 상황, 중첩되고 비틀리는 유사한 상황에서 각 인물들은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되고, 다른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