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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및 기고문들

타이완 소설, <파파야 마을>, <돈오>, <지원병>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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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1. 룽잉쭝. <파파야 마을>, <<개조>>, 1937년. 

* 지식인의 자화상을 암흑으로 보고 있음. 

: 천여우산이 한 시골에 내려와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담은 소설. 이 파파야 마을은 내지인 주택과 낮은 양철지붕의 본도인 주택으로 나뉘어 공존하고 있다. 내지인 주택에는 파파야 나무가 무성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본도인 주택의 한 끝에는 홍등가가 있어 본도인들의 무료함과 권태를 달래주고 있다. 천여우산을 맞이한 친구 홍티엔송은 M제당회사에 근무하며 5년 안에 내지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자 한다. 이 두사람은 이곳에서 돈을 벌어 입신양명하는 꿈을 꾸고 있다. 홍티엔송이 금전적 방법으로 입신출세를 하고자 하는 반면, 천여우산은 지식을 통한 교양교육을 통한 입신출세를 꿈꾼다. (보통문관시험 합격과 변호사 시험 합격) 성공을 위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천여우산은 지적 우월감과 성공에 대한 포부, 본도인을 경멸하면서 내지인을 모방하고자 한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입신출세를 위한 방편으로 결혼을 생각한다. 중등학교 이상 졸업이라는 경력이 높은 혼수의 대가로 작용하는 것이다.(147) 이러한 구습적 방식이 아직도 통용되는 곳에서 천여우산은 점점 현실에 침잠해 들어간다. 자신의 교양이나 지적 우월감이 전혀 소용없는 그런 마을. 오랜만에 만난 동창인 라오칭옌은 지식을 가지고 성공하고자 하는 희망은 돈키호테가 가진 환상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한다. 천여우산은 환멸에 직면하고, 자신의 욕망이 한낱 미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속한 사회는 ‘무지의 기계’를 원하며 ‘거대한 힘의 숙명’에 의해 청춘과 지식이 사라져간다는 것을 느낀다. 권태로운 마음은 홍등가로 달래려 하지만 그 또한 실패하고 자아분열을 겪는다. (린싱난의 큰아들은 죽음을 맞고 린싱난은 광인이 된다.) 어떤 희망도 통용되지 않음.... 

* <파파야 마을>은 사회주의 지식인이 전향하는 시점에 쓴 글이다. 따라서 전향작가들과 비교하면 좋을 듯하다. 하지만 김남천은 대동아문학자 대회와 관련이 없는데.... 전제로 이용하도록 하자. 


☞ 홍티엔송이 천여우산에게 본도인의 교양없음을 불평하는 내용. 본도인과 내지인의 주택이 분리되어 있으며, 본도인이 내지인 주택, 혹은 상층계급의 주택에 입성하기 위해서 신경쓰는 모습이 보인다. 

“사원 주택으로 들어가 살 때까지는 아직 5년을 더 참고 기다려야 하니, 원. 그런데 말이야. 더 놀라운 건 근처 이웃에 사는 족속들이 너무 교양이 없다는 거야. 여자들은 하루 종일 큰 소리로 재잘 재잘 수다만 떨어대지, 아이 녀석들은 시궁쥐보다도 더 더럽지,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맨날 바이지우에 취해 큰 소리로 욕이나 지껄여대고 말이야. 그런 족속들과 함께 살고 있으니 우리까지도 비속하게 되는 것 같아. 게다가 두세 칸 떨어진 집에서 말하는 소리까지도 환히 들리지, 심야엔 이웃집에서 잠자다가 뒤척이는 소리까지 빠짐없이 들을 수 있다니까.” (124) 

☞ 천여우산의 입신출세 욕망. 

“그는 중학시절에 교과서 말고도 교양서적, 위인전, 성공입지전 등을 두루 읽었다. 거기에 그려지고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비천한 집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가시밭길을 뚫고 막대한 부를 쌓거나 혹은 사회의 목탁이 되어 인류 복지에 공헌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성공의 배후에는 오직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아, 어쩌면 가난도 찬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가난은 성공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127) 


☞ 본도인들의 결혼관. 혼인을 통한 거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딸을 가진 부모는 혼인을 통한 거래로 부를 취득하고 입신하기를 원한다. 또한 동시에 그런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따이츄후 상이 자네에게 그렇게 친절한 척 야비다리 치고 하는 것은 그에게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이야. 그의 그 가시 돋친 웅숭깊은 눈빛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타산적이고 음험한 인간인지 알 수 있잖아. ~ 자네가 따이 상 집에 갔을 때, 자꾸 자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은 바로 자네와 자네 집안의 신용조사 같은 거야. 그리고 자네에게 결혼을 권하면서 먼 친척이 되는 아가씨를 소개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자네가 이미 따이 집안의 사위가 될 자격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야. 왜냐하면 따이상 자신에게도 두 명의 여동생이 있거든.”(135)

“뒤이어 좌중이 일제히 수런거리기 시작했다.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빙금 1260원 가운데 신랑 측에서 조달해야 하는 결혼 세간 비용 500원을 제하고 나머지 760원은 신부 측에 주어야 했다. 그래 그 첫 번째 지불액 200원을 지금 주기로 했다. 홍티엔송의 모친은 손이 베일 듯 빳빳한 새 지폐를 품속에서 꺼내어 붉은 종이가 깔려 있는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런 빙금의 수수는 홍티엔송에게 있어서는 단지 구습의 형식적 답습일 뿐이었다. 게다가 미리 약속한 바에 따라 신부측에 건넨 이 빙금은 실제 결혼 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는 지참금과 함께 홍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되어 있었다.”(147)


☞ 천여우산이 지니고 있는 우월감. 

“천여우산은 언제나 유카타를 걸치고 폭이 넓은 허리띠를 엉성하게 묶고는 정처 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곤 했다. 그러다가 바위틈에 핀 잡초처럼 생명력에 넘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와 그들 사이에 모종의 거리감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마음 한 구석에서 어떤 우월감 같은 것이 조용하게 일어났다.”(141) “타산적인 결혼관”(143) 


☞ 교양주의적 주인공에게 비현실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다며 훈계하는 친구, 라오칭옌. 동창. 라오칭옌의 말 때문인지, 천여우산은 공부에 따분함을 느끼게 된다. 황조역도 여기에 동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대라는 시대가 바로 그런 역설의 현장 아니겠어? 옛날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다들 입신출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고색창연한 이론적 이상만 가지고서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 아니 그야말로 어수룩한 인간이지. 내가 알고 있는 한 친구는 내지에 있는 H대학 재학 중에 변홋 시험을 패스하고 졸업 후 수년간 법률회사에서 근무하고 지금은 독립해서 타이베이에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아서 통 수입이 없다는 거야. ~ 경쟁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한 거지.”(151~152) 

“자네 정말 불쌍한 돈키호테군.” 

“만일에 내 첫 번째 목표가 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에 있다고 하면, 그것이 설령 시대의 조류 때문에 실현될 수 없다 하더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지식과 인격도야라는 두 번째 목표는 말살되지 않을 것이라 믿네.”

“허 참, 그 지식 나부랭이는 개한테나 줘버리라니깐. 지식은 자네의 삶을 불행하게 할 뿐이야. 자네가 아무리 지식을 쌓는다고 하더라도 일단 현실에 부딪히면 그 지식이란 건 오히려 자네가 행복으로 가는데 질곡으로 작용할 거란 말이야. 더구나 이 시골에서 변호사시험 따위나 준비하고 있다는 건 정말 당치않은 일이야.”(152) 

* 황조역 

“난 사회의 불행은 지식 과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은 항상 불만을 동반하지요. 지식은 사회적 객관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혈기 넘치는 청소년들을 사회에 반항하게 하고 자포자기에 빠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지식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보다는 직무에만 자신의 혼신을 다하고 꼼꼼하고 글씨체가 좋은 실용적인 인물을 찾는 게 낫다고 봐요.” 이 말은 지금도 분명하게 그의 귓전에 맴돌고 있었다. 무지의 기계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159)


☞ 이 와중에 린싱난의 큰 아들은 교양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그가 읽은 책의 종류들... 그러나 그는 병상에 누워 있다가 결국 죽음을 맞는다. 교양주의의 죽음. 천여우산도 역시 타락. 

“내 목숨은 아마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내 육체와 정신에서 영원한 허무의 순간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진실을 추구하고 싶어요. 나의 추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우리는 이 글루미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오로지 올바른 지식으로 역사의 동향을 탐구한다면 절대 쉽게 절망과 타락에 빠지지 않을 겁니다. 올바르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잡지는 격월간인 <<XX>>를 샀습니다. ~ 조선과 중국의 작가도 소개해 주는데 문학 작품이 아주 좋습니다. ~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예술 수준에서 약간 떨어진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국제 전란이 창작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토 하루오는 루쉰의 <고향>이라는 작품을 읽고 오히려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단행본 가운데에서 깊이 감동을 준 것은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란 책이었습니다. ~” 등등 (175) 

“천여우산은 이미 더 이상 집에 돈을 부치지 않았다. 오로지 이성과 감성을 술 속에 파묻어 버렸다. 그런 생활 속에서 전에 없던 어두운 쾌락이 꿈틀거렸다. 모든 긍지와 지식, 진보와 반성을 포기해 버렸다. 노골적인 본능만 부여잡은채 서서히 퇴폐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마치 황혼 속의 황야처럼” (181) 


2. 장원환, <돈오>, <<타이완 문학>>, 1942, 3.

* 타이완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입신양명에 대한 욕망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확인할 것. 

 룽잉쭝과 장원환의 다른 태도를 볼 수 있다. 

 “중심-주변 의식”을 키워드로 두고 일-조-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돈오 : 단박에 깨침. 중국식 불교 용어.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깨침. 자신의 마음이 곧 부처라고 자각하는 것. 

: 타이완은 “입신출세”를 키워드로 놓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조선에도 물론 입신출세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들은 매우 적극적,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입신출세를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 키워드를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상업주의, 다른 한 가지는 교양주의이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파멸하고 결국 새로운 사상을 향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돈오>에서는 이 입신출세를 위한 방법이 ‘사랑’으로 대치된다. ‘사랑’이야말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의 대타자이다. ‘사랑’ 역시 입신출세의 방식이다. 

주인공은 지원병으로 ‘돈오’하게 된다. 돈오 이후의 수양이 필요하다는 것, 즉 지원병은 일종의 수양의 방식으로 채택되고 있는 셈이다. ‘샌님’이었던 주인공이 군인아저씨로 ‘변신’하는 결과이다. 또한 그 방법으로 사랑에 도달한다. 

중심과 주변부의 변증법, 심상지리적 거리를 대동아문학자 대회라는 장 안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 웨이더의 사장인 리왕푸가 웨이더에게 하는 말. 웨이더의 사장과 웨이더는 상업정신과 교양정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웨이더는 자신의 가치관을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 

  “소위 학문이라고 하는 것도 단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며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삶을 넓히는 게 학문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그건 저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느냐?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난 네가 지금부터라도 성실하게 나에게서 장사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장사가 바로 학문이다. 그렇지 않느냐? 적어도 이건 내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개중에 문화운동을 한답시고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있는 가 본데, 사실 말이지 내가 보기엔 그놈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할 일 없는 기생충에 불과한 것들이다. ~ 이것이야말로 바로 상업정신이다. 알겠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이 말한 게 정말 다 옳은 것일까? 그럼 왜 난 자꾸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갔을 때, 단지 이것만으로 정말 충분한 것일까? ~ 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뭐라 반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또한 한낱 시골 청년의 순진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271)

“내가 일하는 가게는 매달 한차례 간담회를 갖는다. ~ 주인은 분필로 칠판 위에 ‘상업자본’이란 네 글자를 쓰고는 거침없이 우리에게 무엇이 자본주의인지를 설명해 내려갔다.”(220) 

“바로 이렇기 때문에 고객에게 반드시 겸손하고 예의가 바라야 한다. 이것은 결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사상이다. 입신출세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220) 

☞ 계속되는 웨이더의 고민, 신사? 신사? 고객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진심이 우러나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치관 때문이라고 주인은 말한다. ‘신사’와 ‘귀족’, ‘노동자’의 차이.

“만일 문화운동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왜 신사들더러 문화운동의 주도권을 잡도록 요구하는 것일까? 아마 이것이 사회라는 이 숲이 숨기고 있는 비밀일 터이다.” (218)

“물론 할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가능한 한 싸게 팔고 싶은 게 내 심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장사꾼은 오히려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값이 비싼 물건을 사게 한다. 그래서 더 더욱 고객을 접대하는 일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다. 흡사 처음부터 주인으로 태어난 듯 구는 이런 성격은 가난한 사람이면서 오히려 귀족적인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220) 


☞ 주인공 웨이더의 교양 정도 

“다행히도 공학교(公學校)를 졸업한 이후, 공사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에게서 저녁마다 논어를 배웠던 것이 이제 와서 쓸모가 있었다. 과거 나도 틈을 내어 서간을 써 본 적이 있었고 한문 서신을 써 본 적도 있었다. ~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말에 ‘일리통, 만리철’이란 말이 있다. 한 가지 이치만 통달하면 다른 일들도 대개가 꿰뚫어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미 일을 시작한 이상 인내심과 의지를 갖고 진정으로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인생의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아버지마저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상, 내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체면을 무릅쓰고 현실에 직면할 수밖에.”(222) 


☞ 아란을 사랑함. 커서 아란을 다시 만났지만 관심을 얻지는 못함. 

“나는 아란이 정말 사랑스럽게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밉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과 증오는 똑같이 고통의 시달림이다. 나의 유일한 반항의 길은 바로 공부였다. 영웅전기이든 소설이든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 내려갔다. 이 때문에 주인에게 여러 차례 주의를 들어야 했다. 주인은 지배인에게 나를 불성실한 청년이고 가게 일에 충실하지 못한 청년이고 나태한 청년이라고 말했다.” (228) 


☞ 상업주의에 대한 회의와 교양주의의 비현실성을 타개할 방법으로 전쟁참여가 등장함. 지원 종군 실시가 공포되자 ‘당연하다는 듯’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지점이 돈오의 지점이 아닌가. ‘나’를 여과하고 재생되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또한 바로 이것이 사랑의 실현과도 직접 연관이 된다.

“6월 말이 되자, 본도인 지원 종군을 실시하는 방안이 공포되었다. 이번에는 나도 갑자기 봄날의 우레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사내대장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일시에 마음이 설레었고,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자꾸 눈물이 났다. 내 머릿속에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울컥 설움이 솟구쳤다. 사내대장부가 울 정도로 이처럼 견딜 수 없는 일인가? ~ 그래서 나는 지원해서 군대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 어떻든지 간에 나는 더 이상 현상에 머믈로 있을 수는 결코 없었다. 군인이 되는 것은 바로 나라는 사람을 한번 여과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230) 

“이런 앙양된 사기는 더욱 직접적으로 국가에 공헌할 수 있고, 그래서 나는 그 안에 모든 희망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가장 사람을 흥분되게 하는 것은, 이 기회를 통해 아란과 만날 수 있고 그녀와 이별의 말을 나눌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230) 

☞이를 통해 웨이더는 급격히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아란에게 훈계를 하기도 한다. 

“소박하고 검소한 사람이 화려하게 옷치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보다 훨씬 더 존경스럽다는 거야. 매사에 남 흉내나 내고 모방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없어.”(235) 

“샌님이 당당한 군인 아젔로 변신하는 거지.”(236) 



3. 주금파(저우진보), <지원병>, <<문예타이완>>, 1941년 9월. 

* “일본인”이 최종 목표라는 궁극적 지향점은 같은 두 친구. 하지만 방법론이 다름. 

첫 번째 친구는 교육․의식적 차원(밍꾸이) : 일본인으로서 훈육받아 옴. 지방문학, 일본인으로서의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친구는 신앙.정신적 차원(까오진류) : 맹목적인 믿음과 야마토 코코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원병, 혈서를 통한 지원병 지원. 

그들은 지켜보는 화자인 ‘나’는 과거 8년 전의 유학생이다. 지금은 현실에 순응한 구세대. 

결국 까오진류의 혈서 지원병을 마무리로 까오진류가 승리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밍꾸이의 자의식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다. 밍꾸이의 운명에 ‘나’는 심하게 동조한다. (264쪽) 

☞ 8년전 유학생이었던 ‘나’는 대만에 돌아와서 현실순응한 인간이다. 

“금의환향했다고 으스대었떤 바로 그순간부터 나는 붉은 벽돌 바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햇다. 직업과 가정생활의 번쇄함이 급작스럽게 나를 붉은 벽돌 속에 가두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242) 

“재경 유학생들 중에는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그저 그런 범용한 자제들뿐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저 몇 년 대충 때우다가 연한이 끝나면 인텔리라는 호칭과 학사학위 간판 하나 높이 들고 부리나케 금의환향하지만 실은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 자신 그 중의 하나인 셈이지만 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로는 이러한 사람들이 앞으로 타이완의 문화를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246) 


☞ ‘나’가 밍꾸이의 변화를 보고 놀라는 모습 

“지금 그의 관심이 온통 그 환경론이라고 하는 것에 쏠려 있어서일까? 나는 그와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의 생각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도대체 얼마나 변한 것일까? 또 오늘에서야 알게된 까오진류의 생활태도는 대관절 어떤 것일까? 둘을 비교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변화가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는 승합버스가 커브를 돌아오는 것에 대해서도 위협을 느낄 만큼 아주 예민한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253) 


☞ 까오진류의 이야기 (신명의 힘) 

“박수를 치는 것은 신명에 이끌려 신명에 가까이 다가가는 거야. 또 신명에게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면 신인일치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거야. 고대의 제사는 바로 이런 신인일치의 이념이었어. 제전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제정일치는 바로 황도정치의 근원이 되는 거야. 우리 대원들은 박수 치는 것을 통해 야마토코코로에 접촉할 수 있고 또 야마토코코로를 체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 체험은 과거 본도 청년들 가운데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귀중한 체험이야” (257)

☞ 밍꾸이의 이야기. 경험론. (환경론?) 

“일본정신의 주입은 자네가 생각하듯 신명의 힘에 의지하는 게 결코 아니야. 일본인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자네나 나처럼 일본 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라도 일본인이 될 수 있어.” (260)

“난 단지 타이완 문화가 일본의 하나의 지방문화여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하고 있어요.”(261) 

“그거야 일본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난 녀석처럼 마차를 끄는 말이 되고 싶진 않아요. 왜 일본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 원인을 먼저 고려해야지요. 난 일본에서 출생했어요. 난 일본 교육을 받으며 자랐어요. 난 일본어밖에 할 줄 몰라요. 또 난 일본 카타카나를 사용하지 않으면 편지를 쓸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일본인이 되지 않으면 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잖아요.” (263) 


☞하지만 까오진류가 혈서로 지원병에 지원하자 밍꾸이도 납득하고 사과함. ‘지원병’이라는 것은 하나의 제도로서, 이성적인 생각들을 실천하도록 만들어 실천적인 고백을 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문학자들이 친일사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고 해도 이 고백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었던 것. 고백의 실천적 형상, 이 이상의 자기고백은 없는 것. 

“진류에게 사과했어요. ~ 진류는 결국 예순 일곱의 자기 어머니를 설득하고 어제 지원서를 제출했어요. ~ 혈서를 썼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에요. 그래 오늘 남자답게 그에게 머리를 숙였죠.”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