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77)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녀의 의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 <채식주의자> 리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타자’는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알 수는 있어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음을 강조한다.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타자는 여전히 멀리 존재한다. ‘멀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와 관련되지만 동시에 감정적인 거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때로는 ‘나’ 자신도 나에게서 멀어질 수 있듯이 말이다. 한강의 는 우리 곁에 있는 ‘타자’에 관한 이야기다. 동일성으로 묶여 있다고 여겨지는 국민과 국가, 작게는 마을 공동체, 이웃, 가족이 모두가 사실은 각자의 이질성으로 파편화 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인 셈이다. 는 이어지는 , 과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 세 작품을 모아야 한 인물을 해석할 수 있는 구조가 드러난다. 3부작은 ‘영혜’라는 한 인물을 둘러싼 일종.. 토론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대하여. 토론의 기술, 즉 상대방을 설득하기, 반박하기, 논증하기 등등을 가르치기 전에는 반드시 토론명제를 선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상세하게 수업해야 한다. 타인이 삶을 살아갈 권리에 대하여 우리가 논쟁을 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논쟁이 불가능한 일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더 건설적이고 유익한 논증을 할 수 있기 위해서 명제를 선정하는 것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아가씨>, 세 가지 시선으로 읽기 이 글에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읽기. 남성의 서사를 여성의 서사로 전유(專有)하는 이야기. 는 크게 세 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대도의 딸인 숙희가 하녀로 분하여 히데코를 속이고 부자가 되려는 계획으로 히데코에게 접근 하는 이야기, 두 번째는 저택에 살고 있는 일본인 히데코가 숙희를 이용하여 자유를 얻으려는 이야기, 세 번째는 숙희와 히데코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백작과 히데코의 숙부 코우즈키를 속이고 탈출하여 자유를 얻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비밀을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내거나 실패하는 추리물로 보일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중반까지는 복잡한 추리물이 완성된.. 페스트, 죽음 앞에 선 인간 우리가 평상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죽음은 우리의 삶 안에서 쉽게 겪을 수 없는 현상이자, 불시에 들이닥치는 손님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야말로 인간 최고의 발명품이라 말했고, 서양철학사를 돌이켜 보아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선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죽음은 인간의 삶을 앗아가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곁에 존재하며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친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죽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친근한 이미지가 아닐뿐더러 생을 돌아볼 여유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죽음은 최근 몇 년 간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고, 친밀해져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고, 강남역에서 해.. 불필요한 기억. 감정은 신체에 새겨진다고 했던가. 옷깃을 날려 내 머리를 덮던 초겨울의 바람. 바람 끝에 서늘하게 새겨져 있던 이별. 골목길 지하방을 비추는 전등불빛. 알싸한 담배냄새와 오묘히 섞여 있던 고양이 냄새. 번화한 거리의 지저분한 뒷골목. 정신없이 울려대는 싸이키델릭한 기타소리. 혹시나 보게 되지는 않을까 기대하며 몰래 끄적였던 펜촉. 사실 이제는 꽤 무감각해진 기억들이 되었다. 현실의 안정감이 날에 서 있던 나를 무디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더이상 그것들은 나의 신체에 남아 있지 않다.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쿡쿡 찔러 생채기를 냈던 예전의 일. 편안함이 준 공허함이 괜스레 불필요한 기억들을 끄집어내었다. B동 301호 얼마전 다녀온 제주도를 곱씹자면 이곳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먼 곳까지 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시내의 정경이 주로 남을 수밖에 없지만, 그 또한 흔한 기억은 아니다. 제주도에 가서 시내에서 지내본 것은 여섯번 째 제주행에서도 처음이었으니까. 그 중 한 군데만 꼽자면 개인적으로는 이곳, 인디음악전문펍 B동 301호. 원래는 라이브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나름 아쉬운 대로 찾게 된 곳. 구제주의 중심 번화가 뒷골목에 있는 작은 펍. 한라산 토닉 두 잔에 상큼하게 하루 일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공간. 느슨한 연대를 위하여 - 친절하지 않은 공공예술 상상하기 본문 중에서 "일상적인 관습의 힘, 공동체가 이미 지니고 있던 습관들이 그대로 예술에 흡수가 될 경우, 공공예술은 사회에 무비판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이는 '상식'이라는 영역을 구성함으로써 의례적인 친절함을 가장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진실을 은폐하는 기능을 맡게 될 위험성이다. 또한 '상식', '민족', '공동체'라는 추상적인 언표들이 지역적 활동과 의미를 흡수하여 예술 자신의 맥락 안에 놓이게 될 때, 그 공공예술의 독자적 기능을 상실하게 될 위험성이다. 앙리 르페브르는 일상성을 '메타-철학'으로 인식함으로써 일상을 현실과 분리하여 이 시대의 이면을 밝힐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일상의 비참함'과 '일상의 위대성' 사이의 간극 안에서 제도와 상부구조에서 폭발하는 적대적 관계들을 바라볼.. "광인"의 위대한 승리 <향수> 1985독일에서 출판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는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다. 한국에서도 1991년에 번역, 발행되어 역시 큰 인기를 얻었으며 2007년 톰 티크베어에 의해 영화화 된 후, 더욱 많은 반향을 얻었던 바 있다. 는 주로 ‘천재성’, ‘악마성’이라는 키워드로 해석되어 왔다. 일반인보다 예민한 후각과 향수를 만드는 놀라운 기술로 인한 천재성이 곧 악마성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추측하여 안?티-크리스트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주로 해석되었다. 워낙 줄거리가 명료하고 널리 알려진 책이라 그러한 해석에 덧붙일 말이 필요가 없을 정도이나,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 장 바티스트의 ‘천재성’이 아니라 ‘보편성’에 있다. 장 바티스트는 유난히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즉 ‘천재’나.. 이전 1 ···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