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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흔적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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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의 흔적이론.


  내부 공간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자기 주위에 촘촘한 망을 짜는 것, 거미집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 거미집 속에는 여기저기 세계적인 사건들이 바싹 말라버린 곤충들처럼 걸려 있다. 사람들은 거미집의 숨겨진 집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는다. [I 2, 6]

 부르주아 권력자들은 ... 무매개적인 형태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의 주거양식은 그들의 거짓된 직접성이다. 공간에 있어서의 경제적 알리바이. 시간에 있어서의 실내적 알리바이.[I 3, 4]

 "내면성이란 근원의 역사를 닮은 인간의 존재를 가두는 역사의 감옥이다." [I 3, 6]

 "외적인 역사는 내적인 역사에서는 '반영된 모습으로' 존재하듯이 실내에서 공간은 가상이다. 상품의 가상적 성격. 배치. 사물들이 각자의 역사적 순간에 의해 운명처럼 짊어지게 되는 가상이란 영원한 것이다.[I 3a]

 살아 있는 자에게는 호텔 방에 의해, 죽은 자에게는 화장장에 의해 [I 4, 4]

 (공무원에게) 우리는 필시 유령처럼 생각될 것이다. 뇌도, 근육도, 삶의 고민도 없는 그저 단순한 숫자들로 장부와 거대한 명부에 기입되고 나면 그만이었다. 거의 아무 데도 쓸 데가 없으며 구제할 길이 없을 정도로 열등한 존재인 것이다. [I 7a,3]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 조형준, 새물결. 2005>

  


  벤야민은 실내 공간을 명품으로 휘두르는 것이, 아름다운 신화를 빗대어 그들의 착취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실내 공간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란 죽어가는 인간성의 마지막 발악일지도...

그래도 우리는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존재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공포를 어찌할 수 없다.
우리도 근대화 된 인간이기 때문에...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체도 없는 인터넷 상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남겨 놓는 중이 아닌가.
일기와 사진은 현대인이 그러한 공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조금이나마 가치 있는 인간이고 싶기 때문에...








                                            Inger Marie, Blame it on my 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