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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및 기고문들

<인형의 집>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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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소개 - 헨릭 입센

노르웨이의 극작가. 노르웨이 남부의 항구 시엔에서 태어났다. 베르겐 · 크리스티나 등지에서 극장감독으로 일하면서 작가로서 기초를 확고히 했다. 이 시대가 그의 제1기로 수업시대 내지 낭만주의 시대이다.

2기는 이탈리아와 독일 여행을 전후하여 낭만주의에서 탈피하여 사상극을 완성한 시대이다. 사랑의 희극(1862)으로 시작하여 이상사회 건설을 목표로 "일체(一切) 아니면 무()"라 외치며 비속한 사회에 도전하는 브란(1866), · 쾌락 · 모험을 추구하는 인간의 방랑과 환희와 고뇌를 묘사한 페르 귄트(1867), 배교자 줄리안의 일생에 바탕을 둔 극으로 이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정열과 영혼 사이의 틈을 이어줄 수 있는 '3지대'라는 개념을 제안한 황제와 갈릴리인(1873)-이상의 세 작품은 이 시기를 대표하며 입센의 사상적 편력을 보여주는 야심작이다.

3기는 그가 근대극을 확립한 시기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형의 집(1879), 그 속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령(1881)을 중심으로, 사회의 기둥(1877), 민중의 적(1882) 등으로 대표된다. 세계 연극사에서 사실주의 연극의 완성자로 추앙되는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초기 작품은 노르웨이의 전설에 바탕을 둔 낭만주의적 작품들이었다. 그는 후기에 이르러 사회의 현실적 문제에 관심을 돌리면서 현실적 주인공을 내세워 시 대신 산문으로 된 대사를 구사해가며 사실적이고 상세한 무대배경을 가진 작품들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1879년 사실주의 연극으로의 전환적 계기를 이루는 인형의 집을 발표함으로써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정신적 성장을 멈춘 당시 여성들의 비극을 통해 여성을 그러한 존재로 묶어두었던 가정과 사회의 전근대적 횡포에 정면으로 대결한다.

4기에서는 모든 사회적 관점을 버리고 고독하게 근대적 자아의 파산 및 초인주의의 비극에까지 이른다. 들오리(1884)로부터 헤다 가블러(1890), 요한 가브리엘 보르크만(1896)을 거쳐 마지막 작품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1899)에 이르고 있다. 그는 인간들의 제 관계와 사회 문제에 대해 치밀하고 객관적인 해부를 이룩하였다. 입센의 많은 작품들이 사실주의에 기여를 했으며, 그의 극작술은 낭만주의 시기의 작품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2. 책임감 있는 남편과 철없는 부인

헬메르는 돈 버느라 고생하지만, 노라는 돈을 쓰기에 바쁜 듯한 인상을 준다. 남편의 임무는 가족을 부양하는 것인데, 부인, 자식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모든 식속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부인은 남편에게 복종하는 것이 의무이며, 작품에서도 노라가 헌신적인 부인이라고 보여준다. 노라는 자신의 남편 역시 헌신적인 남편이라고 확신한다. 반면에 헬메르는 노라를 소유물로 간주하며 그녀에 대해 독점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는 그녀를 어떤 것도 자기 스스로 해낼 수 없는 속수무책의 어린 것으로 간주한다. 작품 전반부에서 헬메르는 노라를 그녀의 아버지와 비교하는데 비꼬는 의미로 던지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스스럼없는 태도로 내뱉는다. 노라의 아버지가 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며 헬메르는 그녀의 쇼핑벽이 마치 유전인 것처럼 언급한다. 그녀의 낭비벽, 그녀의 거짓연기, 그녀의 무책임 그리고 도덕관념이 없는 것까지 모두 그녀의 피에 흐르고 있다고 헬메르는 지적한다.


 <남성의 소유물인 여성>

헬메르 : 거기서 지저귀는 게 나의 종달새인가?

노라 : (꾸러미들을 하나둘 끄르며) 그래요.

헬메르 : 내 귀여운 다람쥐, 언제 돌아왔소?

노라 : 방금요. (주머니에 마카롱 봉지를 넣고 입 주위를 닦는다) 이리 나와 봐요. 내가 뭘 사왔는지 좀 봐요.

헬메르 : 방해하지 말라니깐! (잠시 뒤 문을 열고 펜을 쥐니 채 내다본다) 뭘 사왔길래? 이걸 다 샀어? 우리 귀여운 낭비가께서 또 돈을 쓰고 오셨군? (중략)

헬메르 : 노라, 노라! 여자들이란 도대체! 진지하게 말하지만, 이런 일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도 알 거야. 빚은 안 돼! 절대로 남에게 돈을 빌리지 마! 빚이 있는 집은 그 빚 때문에 자유를 잃고, 결국은 즐거움도 잃게 돼. 지금까지 우리 두 사람은 용감하게 견뎌 왔어.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그때까지 참아주지 않겠어?

노라 : (난로 쪽으로 걸어가면서) 알았어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 (중략)

헬메르 : 그런데 우리 낭비가 님, 자기 걸로는 뭘 사셨지?

노라 : 내 거요?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헬메르 : 그럴 수는 없지. 갖고 싶은 것 중에서 적당한 걸 말해 봐. (중략)

노라: (재빨리) 돈을 줘요, 당신이 주고 싶은 만큼만 줘도 돼요. 그럼 그 돈으로 나중에 원하는 걸 살게요


<대상화>

헬메르 : 사랑하는 노라. 여보, 당신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면 내가 왜 당신과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지, 왜 늘 당신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당신을 슬쩍슬쩍 훔쳐보기만 하는지 알아? 그건 바로 당신이 내 숨겨진 연인이며 우리는 비밀리에 약혼한 사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우리 둘 사이를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

노라 : 그래요, 알아요. 당신이 늘 내 생각뿐이라는 걸.

헬메르 : 돌아갈 시간이 되면, 난 당신의 그 부드럽고 탄력 있는 어깨에…… 사랑스러운 목에 숄을 걸쳐 주지. 그 때 나는 상상해. 당신은 내 신부고, 우리는 결혼식을 막 마치고 돌아오는 거라고. 당신을 처음으로 내 집에 데리고 가는 거라고. 우리는 비로소 단둘이 되는 거야. 완전히 우리 둘이. 당신은 젊고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워! 난 오늘 밤 내내 당신만을 갈망했어.

노라 : 저리 가요, 토르발! 혼자 있게 해줘요! 그런 말 듣기 싫어요.

헬메르 : 무슨 소리야? 날 놀리는 거야, 노라? 싫다니? 난 당신 남편이잖아!! 


<남성의 지적 독점>

헬메르: 거짓말은 온 집안에 세균처럼 스며들어 병을 키우는 법이야. 그런 집에서 사는 아이들은 숨을 쉴 때마다 악마의 씨를 들이마시는 셈이라고. [] 나는 변호사라서 그런 경우를 꽤 많이 봤어. 어렸을 때부터 나쁜 짓을 하는 애들 곁에는 거의 대부분 거짓말 잘하는 어머니가 있어.

노라: 그런데 어째 어머니만이죠?

헬메르: 어머니한테 물려받는 경우가 많아 물론 아버지도 영향을 주긴 하지만.[]

유모: (왼쪽 문가에서) 아이들이 엄마한테 가겠대요. 예쁘네요.

노라: 아니, 안 돼, 애들 들여보내지 마요! 유모, 애들을 그냥 데리고 있어요 


3. 남성중심적 법률

크로그스타의 도움을 받았던 노라는 비밀스런 대출을 통해 남성사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노라가 아버지의 사인을 사용해 문서를 위조했고 이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사실을 대금업자 크룩스타가 밝힌다. 나아가 여주인공 노라를 남성사회에 의해서 만들어진 규율로 종속적인 위치에 확고하게 붙들어둠으로써 크룩스타는 그녀의 위조사실을 가지고 협박한다. 크룩스타는 노라의 운명을 완전하게 지배하게 된 것이다. 법을 위반한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이해하기 시작한 노라는 크룩스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헬메르로 하여금 그가 은행에서 대금업자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 입센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사회적 원리원칙이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판결이 불공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지적한다.


노라 : (잠시 침묶을 지키다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상대방을 쳐다보며) 아뇨, 그렇지 않아요. 내가 아빠의 이름으로 서명했어요.

크로그스타 : 헬메르 부인, 지금 그 발언이 위험한 고백이라는 걸 아시죠?

노라 : 왜죠? 돈은 거의 다 갚았는데요.

크로그스타 : 한 가지만 묻지요. 왜 차용증을 아버님께 보내지 않았던 거죠?

노라 : 그럴 수 없었어요. 아빠는 위독했으니까요. 서명을 부탁하면,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도 말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중병에 걸린 아빠에게 남편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어요. 정말 그럴 수 없었어요. (중략)

크로그스타 : 나쁘건 나쁘지 않건 내가 이 차용증을 법원에 제출하면, 당신은 법에 따라 처벌될 겁니다.

노라 : 그럴 리 없어요. 죽어 가는 늙은 아버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고 일을 처리할 권리가 딸에게 없단 말인가요? 아내에게 남편의 목숨을 구할 권리가 없다는 말인가요? 나는 법을 잘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문제없다고 어딘가에 쓰여 있을 거예요. 당신은 법률대리인이면서 그런 것도 몰라요? 유능한 법률가는 아니시네요, 크로그스타 씨. 

 

18781019<동시대 비극에 부쳐>

두 지 종류의 영적인 원리와 양심이 있는데, 하나는 남성에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여성에게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삶에서 여성은 남성이 세워놓은 원칙에 의해 평가되는데 이는 마치 그들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인 것처럼 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남성들과 검사 그리고 판사에 의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해놓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는 그건 불가능합니다. 여성에 대한 판결 역시 남성의 시각에서 행해집니다. 


4. 노라의 자기 속박과 생존방식

노라와 그의 친구 린데 부인은 자신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아버지나 남편의 재산을 이용하거나 도시여공이 되거나 매춘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다. 채만식은 1933<인형의 집을 나와서>라는 단편을 통해 집을 떠난 노라의 어두운 미래를 예견한 바 있다. 이는 사회구조적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여성의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노라 : 그럼, 어떻게 털어놓니! 그이가 이런 일에 얼마나 엄격한데! 게다가 남자답게 자존심이 센 사람인걸. 조금이라도 내 덕을 본 줄 알면 더없는 치욕으로 여길 거야. 그러면 우리 두 사람의 관계도 엉망진창이 되고, 지금처럼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도 끝장나 버리겠지.

린데 부인 : 그래서 끝까지 털어놓지 않을 작정이야?

노라 : (생각에 잠긴 듯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해야지……언젠가는. 몇 년쯤 지내 내가 지금의 미모를 잃었을 때. 웃지마! 그이가 지금처럼 나를 애지중지해 주지 않게 되었을 때를 말하는 거야. 내가 그이 앞에서 춤추고 옷을 차려입고 연극 대사를 읊어도 조금도 즐거워하지 않게 되었을 때 말이야. 그럴 때 뭔가 자극제가 있으면 좋잖니……. (말을 끊고) 어머나, 이놈의 입방정! 그런 때는 절대 오지 않을 거야. 그런데 크리스티네, 이 엄청난 비밀을 어떻게 생각해? 이래도 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 같니? 아무튼, 난 그것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했어. 제때 돈을 갚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넌 모르겠지만, 이자 반기 납부와 원금은 분할 납부라는 게 있어. 그 돈을 마련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지. 

 

 

린데 부인 : 사업이란 게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잖니, 노라. 그이가 죽자 모든 것이 덩달아 사라져 버리고,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어. 그 뒤로는 작은 가게를 열기도 하고, 작은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어. 그밖에도 안 해본 게 없어. 3년을 하루같이 쉬지 않고 일했지. 하지만 이제 그 생활도 끝났어. 어머닌 이제 내 도움이 필요 없게 되셨거든. 돌아가셨으니까. 동생들도 이젠 저마다 일을 하며 제 몸을 건사하게 되었고.

노라 : 홀가분하겠구나…….

린데 부인 : 그렇지 않아. 오히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허한 기분이야. 누구를 위해 살아가겠다는 목표가 없어졌으니까. (불안한 듯 일어서면서) 더는 그 벽지에 틀어박혀 있을 수 없었어. 여기 도시로 나오면 뭔가 열중할 수 있는 일도 쉽게 찾을 것 같았지. 사무 보는 안정적인 일을 구한다면 정말 좋겠는데…….

노라 : 하지만 크리스티네, 일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데. 안 그래도 넌 이미 지쳐 보이는 걸. 온천에라도 다녀오면 틀림없이 좋아질 텐데.

린데 부인 : (창문 쪽으로 가면서) 나한텐 여행 경비를 마련해 줄 아버지가 없어, 노라.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성격이 엇나가기 쉬워. 일자리도 없는데 끊임없이 아등바등해야 하지.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이 돼. 아까 네 사정이 나아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난 네가 아니라 나 때문에 기뻤어. 


5. 남성적 애정과 구조적 억압의 공존

헬메르 : !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람! 8편 동안 나의 기쁨이고 자랑이던 여자가 위선자에 거짓말쟁이…… 게다가 범죄자였다니! 당신에게 이렇게 추악한 면이 있었다니……!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했어야 했어. 미리 짐작했어야 했다고. 이게 다 당신 아버지의 무책임한 성격입다물어! 당신 아버지의 무책임한 성격을 물려받아서 그래. 믿음도 없고, 도덕심도 없고, 책임의식도 없지……. , 당신 아버지를 잘못 본 벌을 이렇게 받다니. 난 당신을 위해 그렇게 한 거야. 그런데 그 보상을 이렇게 하는군.

노라 : 네 그렇게 됐네요. 


헬메르 : 설마 내가 진심으로 당신을 내쫓거나 비난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진정한 사나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 노라. 남자란 아내를 진심으로 용서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법이지. 그럼으로써 아내는 두 가지 의미에서 남편의 소유가 되는 셈이야. 남편이 아내에게 새 생명을 준 거나 마찬가지지 말하자면 아내는 남편의 아내인 동시에 자식인 거야. 당신도 오늘부터는 그래, 갈 곳 잃고 쩔쩔 매는 내 귀여운 아가.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 노라. 나한테 다 털어놓기만 해. 그러면 내가 당신의 의지이자 양심이 되어 주겠어. …… 이게 뭐야? 잘 거 아니야? 왜 옷을 갈아입었어? 날 겁주려는 거야, 노라?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군.

노라 : 바로 그거예요.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해요. 나도 오늘 밤이 되기 전까지 당신을 절대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뇨, 내 말을 끊지 마세요. 내 말만 들으세요. 이제 우린 끝이에요, 토르발.

우리는 결혼해서 8년을 함께 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당신과 나, 남편과 아내가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란, 이상하지 않아요? (중략) 당신은 날 한 번도 날 이해한 적이 없어요.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나를 대했다고요, 토르발. 처음에는 아빠가, 그 다음은 당신이.

아빠와 당신은 날 사랑했던 게 아니에요. 사랑스럽다느니 하는 말을 하면서 즐긴 거죠. 


헬메르 : 최악이군! 가장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겠다는 거야?

노라 : 뭐가 가장 신성한 의무죠?

헬메르 : 꼭 말해야 알겠어?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잖아!

노라 : 나에겐 그것만큼 신성한 의무가 또 있어요.

헬메르 : 그런 건 없어. 도대체 무슨 의무를 말하는 거야?

노라 : 나 자신에 대한 의무요. 


6. 한국에서의 입센 수용과 그 한계

1) 나혜석과 노라



나혜석 작사, 백우용 작곡

(1) 내가 인형의 가지고 놀때 깃버하듯 / 아바지의 딸인 인형으로 / 남편의 안해 인형으로 / 그들 깃부게 하는 위안물되도다 / 노라를 노아라 / 최후로 순순하게 / 엄밀히 막어논 / 장벽에서 / 견고히 닷쳣든 / 노라를 노와쥬게

(2) 남편과 자식에게 대한 의무가치 / 내게난 신성한 의무잇네 / 나를 사람으로 만드는 사명의 길로 밟아서 / 사람이 되고저

(3) 나는 안다 억제할 수 업난 / 내 마음에서 / 온통을 다 헐어 맛보이는 / 진정 사람을 제하고난 / 내 몸이 갑업는 거슬 / 내 이제 깨도다

   (4) 아아 사랑하는 소녀들아 / 나를 보라 / 정성으로 몸을 밧처다오 / 만흔 암흑횡 행할지나 / 다른 날 폭풍우 뒤에 / 사람은 너와 나 

 


2) 김일엽과 노라

 노라라는 여성이 선생의 소개로 조선여자사회에 나타낫스니 이것이 우리를 위하야 조흔 조짐이라 할지요? 또는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할지요? 나는 이를 명답하랴 아니하고 먼저 한 번 우리의 현금남자사회를 삷혀보랴 합니다. 어떠합니까. 밝아오는 새벽빗은 동창에 환하게 비췃건마는 그네들은 아즉도 깁히 든 잠이 깨일락이 멀엇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그네들은 잠들을 깨어 자기의 의식을 분명히 알게 될가요? 아즉 가타서는 누가 그 잠을 깨어주기 전에는 거의 날이 다 밝은 것도 불계하고 아즉 더 잘 모양입니다. 이것을 노라라는 각성한 여자는 보다 못하야 그네들의 잠을 어서 깨어주어 새날 새광명에 접하도록 선생의 소개를 어더가지고 나선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