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
아르네-톰프슨 분류체계에 의하면, 여러 설화 유형들 가운데는 "주인공이 초자연적이거나 위협적인 원조자의 진짜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를 물리치는 이야기"들이 있다. 먼 옛날 사람들은 이름에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무관심.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 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는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호명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호명은 분명 중요한 단계다. ~
"명명 해방의 첫단계다."
p.15
일단 우리가 이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면, 그때부터 우리는 비로소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잔학함에 대한 저항은 그 잔학함을 숨기는 언어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p.37
우리는 가해자로 폭로된 남자들의 창작자 경력이 끝난 것을 안타까워 할 게 아니라, 그들에게 짓밟히고 배척당한 탓에 우리에게 자신의 창조적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고 앞으로도 영영 없을 사람들이 과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트럼프가 당선된 뒤 사람들은 권위주의와 거짓말을 우리 사회의 정상상태로 여기지 말자고 말하고 있지만, 여성혐오와 인종차별로 인한 손실은 한번도 정상상태가 아닌 적이 없었다. 우리가 할 일은 이 상태를 비정상화하는 것, 이 상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침묵을 깨뜨리는 것이다. 모두의 이야기가 들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또한 이야기들의 전쟁이다.
▶ '사라진 2000만명의 이야기꾼' 양당정치에서 소외된 의제들과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하기. 여성의 당, 정의당, 녹생당, 노동당 등등으로 흩뿌려진 소수자의 목소리들. 심지어는 당당하게 부르짖는 혐오의 목소리에 대하여 자성의 태도조차 보이지 못하는 무지성에 대하여.
세금
p. 103
세금은 시민들간의 연결을 상징한다. 우리는 세금으로 공동의 이득에 기여한다.
p.104
만약 당신이 어떤 도시이든도시에 산다면, 수도와 위생 같은 여러 공공 서비스의 덕을 볼 것이고,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들의 덕을 볼 것이고, 교통 신호와 대중 교통 규칙과 건축조례의 덕을 볼 것이다. 이 모든 것에 세금이 쓰인다. 그러나 자신이 공동체로부터 무엇을 얻고 있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고, 혼자 해나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장소.기억
p.259
작은 기록물에서만큼은, 기억이 망각을 앞지른다. 슈톨퍼슈타인(걸려 넘어지게 만든 돌멩이. 우연히 발견한다는 뜻. 홀로코스트 피해자가 살던 집 앞을 표시하는 기념물)은 다른 독일 도시들과 다른 나라들로도 퍼졌다. 이 프로젝트에는 장소에도 기억이 있다고, 우리는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억도 사람처럼 죽을 수 있지만, 계속 살아있도록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누가 기억되는가, 어떻게 기억되는가, 그 결정을 누가 내리는가 하는 문제는 극도록 정치적인 문제다. 우리가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은 동상이나 지명이나 표현을 통해서 과거를 통제한다.
p.259
~ 전국의 예술가들과 활동가들이 공공장소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 공공의 기억 vs 개별의 기억
사고의 다각화. 주체화와 관련
레베카 솔닛은 젠트리피게이션과 환경오염을 폭력.범죄로 인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 둘을 문화적 기억과 장소의 연속성을 난도질하고 약자를 노리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순진한 냉소주의" 냉소주의 비판
이야기를 깨뜨리기
p.291
훌륭한 이야기꾼이 할 일 중 하나는 자신이 취재할 이야기의 이면에 깔린 이야기를 조사해보는 것입니다. 그 다음 어쩌면 그 이야기를 눈에 보이게 드러내고, 가끔은 우리가 그 이야기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깨뜨리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글쓰기에서, 깨뜨리는 행위는 만드는 행위 못지 않게 창조적입니다.
"글쓰기는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고립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