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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독서의 윤리적 가치에 관하여 -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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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누스바움, 박용준 옮김, <시적 정의>, 궁리, 2013.


 

* <어려운 시절>에 등장한 문학교육에 대한 이야기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이 자신의 형식 안에 특정한 종류의 도덕적정치적 견해-민주주의적 입장, 연민 어린 시선,

삶의 복잡성에 대한 고찰, 선택의 문제, 질적인 차이 등-를 구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89-90)

   그래드그라인드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문학교육) 진정한 교육을 위한 시간을 남겨두면서 쓸모없는 장식을 생략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소설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보여주는 바, 이는 도덕적으로 중대한 능력-이런 것 없이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관계가 황폐화되는-을 빠뜨리는 것이다.(92)


* “공상”에 대하여

   우리 모두는 스스로 도덕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한에서 허구와 메타포의 공상적 투사자이며 제작자이며 신봉자이다. ~ 우리는 이렇게 인식된 형태의 마음에 담긴 내용을 결코 확실히 알지 못한다. 오직 우리는 너그러운 해석과 옹졸한 해석 사이에서 선택할 뿐이다. 톺아보는 행위 혹은 마음속 위대한 관용인 공상은 세계에 대한 너그러운 해석을 함양할 수 있게 한다. (94)


   <어려운 시절>과 같은 사실주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인간 노력의 온전한 세계,즉 오직 그 속에서만 정치가 완전하고도 온전한 인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삶의 ‘진정한 실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의 응답에 근거한 인간 이해는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접근 방식이 옳은 방향을 잡는 데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기반인 것이다.(158)


* 합리적 감정(rational emotion)

   모든 감정이 좋은 길잡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첫째, 좋은 길잡이가 되기 위해서 우선 감정은 사건에 대한 참된 관점에 근거해야 한다참된 관점이란 사건에 대한 사실 정보들상황 속 당사자들이 인지하는 사실의 중대성, 이해할 수 없거나 당사자의 의식에서 왜곡될 수 있는 참된 의미 혹은 중요성의 측면 등을 포괄한다. 둘째감정은 반드시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의 것이 아닌, 관찰자의 것이어야 한다. ~ 만일 나의 친구가 부정의한 상황을 겪고 있다면, 나는 그를 대신하여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에 따르면, 그 분노는 그에게 가해진 그릇된 행동에 대한 분노의 복수심에 불타는 강렬함을 갖지는 않는다또 만일 나의 친구가 실연의 아픔에 슬퍼하고 있다면, 나는 그의 비탄을 공유할 것이지만눈앞에 보이지 않고 견디기 힘든 그 슬픔의 깊이는 헤아리지 못한다스미스가 보기에 이러한 구분은 우리로 하여금 시민의 자질을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애쓰지만우리가 타인을 위해 고려한 상황 속으로 스스로를 집어넣지 않는 능력 말이다. (162-163)


   좋은 시민이자 재판관에 걸맞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기르게 하여 분별 있는 관찰자적 태도를 정립할 수 있도록.



* 소설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

   이는 우리가 소설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비판적인 판단을 연습할 필요가 있고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다른 독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비판적 판단 과정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웨인 부스는 이러한 과정을 ‘공동-추론’이라 불렀다.

이 과정은 본성상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는 비연역적이고, 비교를 통한 실천적인 추론이다공동-추론의 과정에서 문학 작품에 대한 우리의 직관은 윤리 이론과 상호 간의 조언에 대한 비판을 통해 정교해지며, 이는 우리가 독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감정적인 경험을 엄청나게 바꾸어 버릴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소설을 보며 느끼는 분노, 혐오, 사랑의 감정이 더 이상 공유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견해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납득한다면 말이다. (중략) 우리가 문학적 경험에 근거하여 내리는 결론들은 도덕적, 정치적 사유, 우리 자신의 도덕적, 정치적 직관, 타인의 판단 등에 근거하여 지속적인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중략)

   만약 우리가 ‘공상’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또 우리 앞에 놓인 인간 유형에 대해 그들의 행복, 기쁨, 고통에 대한 공감을 가지고 궁금해하지 않는다면나아가 만약 우리가 각각의 사람을 제각기 살아갈 삶이 있는 개별적인 존재로 보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악의에 찬 감정에 대한 우리의 비판은 그 토대를 잃게 될 것이다. 앞서 주장했듯, 독서는 바로 이러한 토대를 제공한다. 또한 비판에 있어 핵심적인 ‘분별 있는 관찰자’의 관점 역시 갖게 해준다.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