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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비극에 대하여 - 테리 이글턴, <우리 시대의 비극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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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 "비극은 가작 엄격한 시 형식이며,장식을 완고하게 거부하고, 모든 우연을 오만하게 부인한다."(196) 가장법의 폐지. 


-비극이 결정되는 것이라면 비극의 주요 인물은 꼭두각시거나 필연과 싸우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필연은 전지전능한 신이 ~ 예측하고 계산하는 것일까? (198) 

  어쨌건 무의미한 반항은 죽음과 맞서 싸우는 하나의 방법이다. 

  현대는 무의미한 반항을 대단히 좋아한다. 싸우며 죽어가는 것은 공리주의를 최종적으로 거부하는 것으로 우울한 실존적 매력을 지닌다.(199) 


- 발터 벤야민은 비극이 "악마적 운명"을 파괴한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인간은 비각을 겪으면서 자신이 신보다 우월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벤야민은 말한다. "도덕적 주인공은 '세계의 도덕적 질서'를 복구하지 않는다. 그는 고통을 겪는 세계를 뒤흔들어서 자신의 격을 높인다." 비극은 운명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타격을 가한다. 셸링에 의하면 가장 존엄한 행위는 치명적 힘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과 과감하게 싸우는 것이다.(199)


-순교자는 죽음을 원하지 않지만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죽음을 사회화한다. 순교자는 죽음을 대중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하나의 기호로 변화시킨다. 순교자는 또한 죽음을 타인을 해방하는 데 활용하여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자유와 운명은 다른 의미에서도 쌍을 이룬다.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은 자유의 현대식 용어이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자유로운 동물은 결정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자기결정'이라는 말은 또한 우리가 자유를 실천하는 가운데 자유에 한계를 설정하는 것, 자아를 실현하는 가운데 자아를 축소하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215)


-<존재와 시간>에서 우리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being-towards-death)라는 것은 하나의 가치이자 사실이다. 왜냐하면 현존재에 총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쉽사리 표현할 수 없고 죽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자기완성의 상태를 매순간 예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218) 


-비극은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했을 뿐(224)


-정치적 희망이 넘쳤던 헤겔의 시대에 비극과 이성과 자유의 우월성을 부정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비극은 섭리가 일시적으로 교란되는 장면을 통해서 그것이 언제나 승리함을 보여준다. ~ 이 두 실패는 모두 우리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질서와 자유와 정의를 잠깐이나마 보게 해 주는데, 이는 오로지 주인공을 불사르는 불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비극과 숭고미는 유한성의 한계를 폭로하여 무한성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입증한다. 이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모두 하릴 없이 붕괴하는 장면 속에서 형상화를 초월한 이성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227) 


-<죽음에 이르는 자유> : 운명은 자유가 착용하는 가면일 뿐이며, 강제는 이성이 세속세계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228)


-20세기에 비극은 죽지 않고 모더니즘으로 변화하였다. 왜냐하면 주류 모더니즘은 비극과 마찬가지로 중간 계급 사회와 은밀히 내통하면서도 비판하고, 그 사회의 정신적 황폐를 좌파가 아니라 우파적 입장에서 탄핵하기 때문이다. (364) 


-니체와 프로이트, 그리고 짐멜에 의하면 문명은 삶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문명과 삶, 둘 다가 서로에게 아무리 필수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물질적 생산은 문화를 탄생시키는 한 편 문화를 파괴하는 속물근성도 양산한다. '생철학(Lebensphilosophie)'의 옹호자들이 신칸트주의자 형식주의자들에게 경고하듯이, 문화적 형식들은 삶의 다양성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배반할 수밖에 없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바흐친은 잡종적이고, 개방적이고,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소설형식에 천착한다. (366) 


-최근에 소수집단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중요한 통찰 하나가 퇴색할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지구적 자본주의에서 놀라운 사실은 재산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다수'라는 통찰이다. 

  라캉, "너의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 "끝까지 죽음을 고수하라"


-우리가 영위하는 삶에 현혹되지 말고, 가짜나 차선에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현실이라고 불리는 초라한 환상들에 만족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박탈당한 자들의 죽음과 같은 허무한 처지에서 기쁨에 넘친 새로운 실존이 출현할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지키라는 것(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