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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가 최초로 행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행동은 지식의 나무를 보고 탐스럽다고 느꼈고, 신의 금제를 어기더라도 지혜로워지려는 (즉 보려는) 마음을 먹었고, 남편을 무지에서 벗어나게 했고, 남편과 더불어 수치를 알 만큼 도덕적으로 책임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한 것이었다.
신이 이브와 후손 여성들에게 남성을 섬기라는 형벌을 내린 것은 그녀가 선구적으로 도덕적 행동을 감행한 결과이며, 남성은 도덕적으로 비겁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에 대해 권위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아담은 그들의 불복종을 꾸짖는 신에게 이브의 도덕적 책임이 더 크다고 변명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적 비겁함을 드러냈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여인이 나무 열매를 제게 주어 받아먹었을 뿐입니다."
이브는 적어도 뱀에게 책임을 떠넘기지는 않았다.
"거짓말쟁이의 말을 듣지 마라"
이브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뱀이지만, 고갱이 보기에 가장 유해한 거짓말은 그리스도교적 죄의 개념이었다.
(성경의) 날도마뱀은 도마뱀과 뱀이 섞인 듯한 청회색의 그림자로 변해 어두운 나뭇잎 사이로 모습을 거의 감추었다. 악마의 훈계를 하는 뱀의 역할은 앉아 있는 정령으로 대체되었다. 정령의 눈은 무시무시하게 이글거리고, 입은 '악마의 말'을 하기 위해 열려 있다.
이브는 왼손으로 신체 내부로 들어오는 입구를 보호하면서 (악마, 악령, 병든 남자의 침입을 막는다) 무엇인가에 놀랐거나 잔뜩 경계하는 듯 눈동자가 완전히 한쪽으로 쏠려있다. 이 그림은 이브의 긴장한 표정만 보여주며, 그리스도교의 성도덕이 생겨난 순간을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갱은 여성의 모습과 시선에 매료되었던 반면 남성의 모습과 시각은 등한시했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남성의 신체와 시각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위장되어 있다. 남성의 눈은 여성의 형체에 포함되었거나, 동물로 상징화되었건, 최종 구도에서 삭제되었거나, 가면으로 위장되어 구석으로 밀려나있다.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247~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