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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동물들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 어떤 사람의 마음을 온통 사로 잡는 느낌은 혹시 접촉하면 그들이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자신 안에 뭔가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동물과 흡사한 것이 있어 동물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의식, 그것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겨우 얼토당토않게 정곡을 지르는 것과는 무관한 과장된 제스처를 취해야만 그나마 그러한 감정을 어찌해볼 수 있을 뿐이다. 즉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러한 몸짓으로 난폭하게 빨아들이고 먹어치우는 반면 극히 섬세한 표피적 접촉의 영역은 터부로 남겨두는 것이다. 혐오감을 극복하는 동시에 그것을 극히 세련화시킬 것을 요청하는 도덕의 모순된 요구는 오직 이런 식으로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체의 호소는 인간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러한 생물체와의 동물적 관계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은 그러한 관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29,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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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감에 관한 발터벤야민의 생각. 인간에 대한 통렬한 비판.
정말 멋진 사람을 만났다.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내가 알아볼 수 없게 흩어져있는 사유였다면, [일방통행로]는 꽤 친절하면서도 날카로운 사유다.
이 사람의 통찰력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사람을 흡수해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온통 포스트잇을 붙여놓게 만든 멋진 책.
정말이지 한동안 계속 빠져있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