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입원 5일 차.
목, 금요일이 되니 대부분 퇴원하고 4인실에 두 명만 남았다.
북적거림이 줄어들어 넓은 방을 혼자 쓰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고요함과 적적함이 제법 마음에 든다.
흉터 부위가 아직 아파서 신체활동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지금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오늘 아침 퇴원하신 한 어머님은 나에게
'특히 자기는 더 밝게 지내라'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훈수 두고 가셨다.
나만큼 밝게 지내는 사람이 어딨나,
수술해서 아픈 사람한테 할 말인가,
나에 대해 뭘 아느냐며 발끈하는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어떤 부분을 보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발끈하는 횟수도 줄여야지.
그분은 나름 애정을 담아 남아 있던 오이 한 개, 휴지 한 묶음, 종이컵 한 줄,
다 녹은 아이스크림 한 개를 주고 가셨다.
그러고 보니 뭘 많이 받았네.
엄살부리며 누워있다 보니 오늘은 팔에 힘도 좀 들어가고
펜도 들 수 있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들이 있다.
합창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있다.
가창력도 있겠지만, 내 경험에서는 노래방에서 자기 소리 낼 줄 아는 정도이면 될 것 같고,
진짜 필요한게 인내심과 협동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습을 하다 보면 다른 파트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고,
내 고통을 참으면서 고음을 내야 하기도 한다.
지휘자의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연습하고 기다리고 참아야 한다.
생각해 보면 우연히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합창단을 해왔다.
사실 난 음악적 소양이 별로 없어서 엉뚱한 음을 부르기 일쑤였고,
악보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새로운 곡을 배운다는 재미, 미미한 힘으로 큰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뿌듯함,
공연을 마치고 얻는 쾌감 같은 것들이 즐거웠다.
나중에라도 꼭 다시 해보고 싶다.
항암을 하고 7개월이 지나니 성대가 완전히 망가졌다.
항암 부작용으로 아예 말을 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예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상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입원생활 중 임윤찬의 라피협 3번을 반복해서 듣다가
신이 나서 옛 생각을 떠올렸다.
https://youtu.be/DPJL488cfRw?si=IavDiPaGV4SB-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