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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항암 일기] 연재

[항암 일기⑫] 항암제 반응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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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세 차례 항암제를 투여했고, 네 번째 항암을 앞두고 항암제 반응 평가를 위해 항암 반응 검사를 했다. 

같은 항암제를 쓰고 있다고 해도 환자마다 유전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암 반응 평가에서는 초음파 검사, MRI 검사, PET/CT 검사를 진행한다. 

항암제를 넣어서 암이 줄었는지, 모양이 변했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나는 4차 항암을 진행하고, 그다음 주에 외래 진료에서 검사 결과를 듣게 되었는데, 

결과가 이상하다. 

 

항암 이전부터 있었던 2.7cm의 암덩어리는 여전히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행인 건 그 주변을 감싸고 있던 9cm의 조직은 없어졌고,

2.7cm의 암은 조직이 흐물흐물해져서 경계가 흐려져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암은 제 크기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2번 겨드랑이의 조직도 여전했다. 

흠... 이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교수님은 '그런데...'라며 다른 이야기를 꺼내신다. 

 

사진으로 보면 부신이라는 곳에 결절이 하나 보인다는 것이다. 

잘 찾을 수도 없는 곳인데, 촬영 선생님이 잘도 찾았다며,

이 결절의 정체를 알아야 다음 회차 항암을 진행할 수 있겠다고 하신다. 

만약 저 결절이 전이된 암이라면 다른 약을 처방해서 또 다른 항암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TCHP는 3주마다 투약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이 일정을 제대로 맞춰 주는 게 좋다. 

가장 빠른 일정으로 CT 검사를 잡고, 원래라면 입원을 해야 하는 날 오전 외래 진료를 잡았다. 

외래 진료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면 곧바로 입원을 결정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일정이 없다고 해도, 

몇 주 후 이사 일정도 있었고, 아이의 체육대화라든가 다른 병원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급적 항암 일정이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역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항암 치료 중 전이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경우에는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 이미 몸 전체에 전이요소가 퍼져 있었지만,

육안으로 발견하지 못한 경우에 포함된다고 한다. 

관련 자료를 좀 찾아보고 싶었지만, 나의 정보접근 능력이 매우 낮은 관계로 별로 찾지 못했다. 

항암 치료 중 전이에 관한 소견을 적어두신 의사 선생님의 네이버 블로그가 있어 옮겨두자면 다음과 같다.

 

 

의사나 환자 모두 외면하고 싶은 사실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이러한 경우 새로운 항암제 조합은 최초의 항암제 조합에 비하여 초기 반응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초의 항암제 조합은 많은 임상연구를 통하여 가장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약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차치료에 새로운 전이병소가 발견되었다면 일차치료 약제는 더 이상 항암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새로운 약제 조합인 2차 약제는 최초의 항암제 조합에 비하여 항암효과가 떨어지고 혹은 항암효과의 유지 기간이 짧거나 혹은 처음부터 항암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암세포의 특징인 다제내성 획득에 의해 -다제 내성이란 한 가지 항암제에 내성이 발생하면 사용한 전력이 없는 항암제에도 내성이 발생하는 것- 항암제 효과가 미약할 가능성이 높다.

2. 부작용의 발생 빈도가 최초의 항암제 조합에 비하여 높을 가능성이 많다.
세포독성 항암제의 경우 항암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전신적 독성의 발생이 점점 증가한다. 기대되는 항암효과에 비하부작용이 심각하여 항암치료를 지속하지 못할 확률이 최초의 항암제 치료에 비하여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3. 항암제 투여시 면역관용(면역관용이라 함은 항암제에 의한 면역억제현상을 말한다) 현상이 더 빈번히 발생하여 항암를 투여할 경우 암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빨리 자라는 역설적 상황이 흔히 찾아오게 된다.

[출처] 항암치료중에 새로운 전이병소가 발견되었을 때 어떻게 할까요?|작성자 김원장

 

 

물론 이 역시 논문이나 리포트가 아닌 의사의 개인 블로그 의견이기 때문에

적당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 경험에 의한 결론일 수도 있고, 다른 연구 결과를 참고해서 쓰신 내용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걸 모르기 때문에 참고만 할 뿐이다.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네이버를 전전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나도 그중 한 명일 뿐이니까. 

어쨌든 항암 중 전이 병변이 발견된다는 건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치료가 어려워지고, 앞으로 재발률도 높아진다는 걸 의미했다. 

그래도 처음 암을 발견했을 때만큼 불안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항암 중이었고 큰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 

 

한 주 뒤에 결과를 들었고, 역시 암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신에 8mm 선종이 보이고, 폐에서도 약간의 결절이 보인다고 했다. 

암은 아니니 당일 곧바로 입원해서 기존의 항암 치료를 계속하자고 말씀하셨다. 

전이가 아니라고 해서 무작정 기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몸에 새로운 혹이 생기고 있다는 건 어쨌든 불안한 것이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CT를 찍어서 추적검사를 할 수 있으니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마침 이 날 아이에게 열이 나서 입원 전에 소아과를 들러야 했다.

아이를 급하게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입원 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달려왔다. 

아이가 아플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고,

아이를 돌보는 수고를 친정 엄마와 시댁 어르신들께 부탁드리는 게 죄송했다.  

그래도 내가 아프면서 배우는 건 약간은 다른 사람들에게 수고로움을 부탁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5차 항암이다. 선항암은 이제 두 번 남았다. 

부디 항암제 저항성 없이 온 몸이 잘 받아들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만 한다면 다른 부작용은 참아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