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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항암 일기] 연재

[항암 일기⑧] 내가 겪은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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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항암이 끝나고 하루가 지나자 곧바로 양치할 때 이 사이 시린 증상이 시작됐다. 

아주 견딜만한 것이었지만,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다. 

혀가 많이 매운 증상, 비데를 사용할 때 고통스러운 증상이 퇴원도 하기 전에 생겼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았다. 증상이 차차 나타났다. 

빠른 심박동, 손발과 입안의 저림, 골반통, 관절통, 두통이 미약하게 몰려왔다. 

가장 약한 부분부터 반응이 오는 걸 보니 곧 전체 몸에 반응이 오겠다. 

이제 이 정도가 점차 심해질 것을 안다. 

이제 시작이다.

 

부작용을 예방하는 약을 잔뜩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올 것은 곧 오고야 만다. 

속이 쓰리고 혀와 목구멍이 따갑다. 이게 심해지면 밥을 먹을 수 없다. 

맑은 국을 먹어도 마라탕을 먹은 것처럼 맵다. 

이 증상은 항암 치료 회차를 거듭할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지난주에는 맑은 국마저 삼킬 수가 없어서 그냥 누워 잠을 잤다. 

때로는 역류성 식도염이 생겨서 누울 수 없기도 하다. 

이런 날에는 잣죽을 준비해서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다음 날에는 죽을 시켜서 먹어보았다. 

 

꽤나 괴로운 증상 중 하나는 멀미와 두통이다. 

멀미 약도 챙겨주시는데, 심한 날에는 약도 잘 듣지 않는다. 

멀미가 나면 고개를 똑바로 들 수가 없다. 

그러면 마냥 누워 잠을 자도 괜찮은데, 육아는 나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항암 중 육아는 쉽지 않다.

 

아이는 처음으로 힘이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고, 처음으로 일주일을 떨어져 있었다.

갑작스럽게 변한 엄마의 모습에 당황하고 조급한 마음을 내비친다.

엄마가 힘을 냈으면 좋겠다면서 자기가 무리하게 힘을 낸다. 

아이가 힘을 내서 놀기 시작하면, 나는 죽을 지경이 된다. 

그냥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엄마 어서 힘을 내보라며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댈 때는 대책이 없었다.

대책 없이 쓰러지는 엄마를 보는 아이의 마음도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래도 2, 3회차가 진행되면서 아이는 차차 적응했다. 

엄마가 때로는 힘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또 웃으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 

기다리는 법 같은 것들을 알아냈다. 

 

그 다음은 말초마비 증상이다. 

처음에는 손발이나 혀끝, 발가락 등이 저릿해져 온다. 

처음에는 처방을 받지 못했었는데, 요청해서 약을 얻게 되었다. 

저림 증상은 조금씩 심해져서 어떤 새벽에는 손과 팔 한쪽에 마비가 온 적이 있었다. 

무감각이 느껴져서 깜짝 놀라 새벽에 일어났다.

그래도 이 증상은 약을 먹으면 금세 가라앉는다.

이 역시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

 

가장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장트러블이다. 

퇴원하고 3일 정도가 지나면 곧바로 설사가 시작된다. 

약을 아무리 처방받아도 해결되지 않는다. 

식도와 위장 안에 있는 돌기가 전무 매끈해져 버린 느낌이다. 

먹은 것이 곧바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심할 때는 외출을 할 수가 없다. 

화장실을 찾아갈 때까지 장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 이후 오랜만에 성인용 기저귀를 구매했다. 

그래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외출하지 않고 일주일정도는 집에 있어야 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에서 꾸륵 소리가 나면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

이때는 뭘 먹지 않는 게 좋은데, 뭘 먹지 않으면 또 힘이 없고 배가 고프다. 

장트러블은 열흘간 계속된다.

 

그다음엔 피부 트러블이 심하게 발생했다.

이건 흔하지 않은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얼굴 전체에 화농성 여드름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여드름 서너 개가 한 자리에 함께 나면 압출을 할 수가 없다.

얼굴에 커다란 구멍이 나 피부층이 무너져 내리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약한 두피에도 각질과 화농성 여드름이 난다. 

머리는 너무 아파서 만질 수가 없는 지경이 된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피부를 회복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결국엔 피부과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아 약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항암 때마다 다시 트러블이 발생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회차가 진행될 때마다 정도가 약해져서 지금은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항암 전 처방받는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이 피부 트러블 진정에도 도움이 된다. 

교수님이 뿌듯하게 생각하시는 표정이 보였다ㅎ.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도 하나 있는데...

아무리 운동량이 갑자기 줄었다고 해도 

마치 엄마 배에서 갓 태어난 새끼 고라니처럼,

혹은 다리를 쓸 줄 몰랐던 사람처럼,

후들후들 걷게 된다. 

항암제를 쓴 지 일주일만에 근육이 빠져서 몸통의 모양이 달라지고 다리가 얇아진다.

이래서 걷기가 중요하다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항암이 끝나면 근육 재건에 집중해서 새로운 몸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잔실수가 많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생각에 집중할 수가 없으니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탈모. 

가발을 맞추는 얘기는 이다음에 하도록 하자. 

 

이밖에도 항암 1차부터 시작된 코피, 온갖 각질 탈피, 손가락 거뭇 거림, 쉽게 생기는 상처, 불면증, 눈다래끼(new!!) 등등.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보이지 않는 피 흘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온갖 것들이 동반된다. 내일은 어떤 것이 시작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인의 생활로 돌아온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 그 많던 고통을 잠시 잊어버리고 일상생활을 시작한다. 

일주일간 밀린 일들을 하고 나면 다시 입원을 한다. 

그래도 이런 부작용들을 기쁘게 참을 수 있다. 

나을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서 보는 다른 항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며 공감할 때도 많지만

나보다 더 심한 질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엄살 부릴 자격이 나에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멀리 있지만 서로 응원하는 마음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