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전 웬델은 생각보다 급진적으로 장애를 정의한다.
수전 웬델은 온전히 사회적 통념에 의한 배제를 장애의 기준으로 삼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사회적 고정관념과 '정상인' 남성을 기준으로 설정된 모든 인프라에 의해 배제된 사람들은
모두 장애의 요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 동네에 얼마나 많은 편의점들이 경사로를 놓지 않았는지,
버스가 얼마나 위험하게 운행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따지면 기존에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익숙한 '장애인'을 포함하여,
출산, 임신 상태에 있는 여성,
문화적 차별을 겪고 있는 여성,
유색인종, 유병자, 아이들, 가난과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 비만인 등 편견을 안고
사회적 가장자리에 놓인 모든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게 된다.
수전 웬델은 그러므로, 기존의 통념을 뒤집어 사회의 가장자리를 없애 '장애인'의 개념을 제거하고
모든 사람이 사회 안에 포용될 수 있도록 인식체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장은 다정하나 완전한 사회변혁을 주장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애학을 기반으로 사회변혁을 함께 꿈꾸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Ugly Law>는 장애의 개념이 빈곤, 신체훼손, 유병자 등으로 뒤섞여 정확하지 않았던 시기에
'장애'의 개념을 고착화하려고 노력했던 미국의 법률제도의 역사를 추적한다.
따라서 이 글은 수전 웬델의 주장에 역사적 근거를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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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장애>
-21세기의 첫 주요 인권협약인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 2006년 UN총회에서 채택되었고 2008년에 발효되었다. ~ 특히 성숙된 장애여성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장애여성들은 '장애인'이라는 말에 여성들의 문제가 가려져 왔던 역사를 고려하여 여성과 소녀를 따로 명시한 조항(6조)이 포함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한국정부는 2008년 이 협약을 비준하였고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뜻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하지만 비준 시 장애인에 대한 생명보험의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현재로서는 지킬 수 없는 유보사항(25조 건강, e항)으로 제출했다. 2009년 스페인 정부는 이에 반대하는 내용을 UN에 제출하면서 "유보사항이 협약의 목적과 배치되는 경우 허용될 수 없다"라는 46조 1항을 상기시키고, 차별적이지 않고 정당하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생명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협약의 목적을 이행할 의무에 대한 한국의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옮긴이 서문, 8-9)
<장애의 정의>
-장애를 어떻게 정의하고 누가 장애인으로 인식될 것인지의 문제는 또한 한 사회가 몸을 다루는 태도와 몸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드러낸다. 사회가 어떤 외모나 신체 기능을 낙인 찍는지 또는 '정상'이라 간주하는지, 누군가에게 어떤 활동이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보는지, 성별이나 나이, 인종, 신분, 계급에 대해 어떤 가정을 하고 있는지 등을 드러내는 것이다.(76-77) ▶사회가 '장애인'을 규정하려는 이유가 '정상성'을 확인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자원이 필요한 사람을 규정하기 위한 것임을 지적.
<장애를 구성하는 사회적 요소들>
-첫째, 질병과 상해를 만들거나 이를 예방하지 못해서 사람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조건들은 쉽게 알 수 있다. ~ 사회가 시민들을 해로운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장애의 발생률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80)
-둘째, 식수, 식량, 의류, 피난처 등과 같은 기본 자원들이 이용 가능하고 잘 분배되는가의 여부 또한 장애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80)
-이 밖에 다른 많은 사회 요소들이 특정 환경과 작용하여 장애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몸에 손상을 입힌다. 위험천만한 노동 환경, 아동 학대나 방임, 낮은 공중안전 의식, 공기.물.식량의 오염에 의한 환경 파괴, 과다한 노동, 스트레스, 빈곤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람의 몸을 손상시키는 사회적 요소들은 인종차별, 성차별, 이성애중심주의, 나이주의, 계급차별, 부와 교육에서의 불균등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특정 집단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81)
-전통적 의료행위와 서양과학의 의료행위는 장애를 주는 신체적 손상을 예방하거나 구성하는 데 모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81)
-한 사회 내의 삶의 속도가 빨라질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 새로운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한계는 두드러져 보이게 되고 장애를 만들어 낸다. (82)
-수행에 대한 기대치를 전제함으로써, 장애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사회의 사회적 조직과 물리적 구조에 그 기대가 반영된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장애가 없고, 젊은 성인이고, 문화적 이상에 따른 외양을 갖춘 남성일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한 상태에서 물리적으로 만들어지고 공적으로 조직된 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에 온전히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장애를 폭넓게 만들어 낸다. (85)
-공적인 세계와 사적인 세계가 분리되어 있을 때, 여성(그리고 아동) 대부분이 사적 영역으로 내몰려 온 것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아픈 사람들, 노인들 역시 그러했다. 공적 세계는 힘의 세계이자 긍정적인(가치 있는) 육체의 세계이며, 성과와 생산성의 세계이고, 젊고 성인인 비장애인의 세계이다. 취약함과 질병, 휴식과 회복, 고통과 죽음, 그리고 부정적인(가치 없는) 몸은 보통 사적인 세계에 숨어 있으며 방치된다. 질병과 통증이 있거나 가치 없는 몸을 가진 사람은 공적 세계 안에 들어갈 때, 두 세계가 섞이는 것에 대한 저항을 마주하게 되고, 두 세계의 균열은 생생하게 드러날 것이다. ~ 사회가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장애인이 사적인 영역에 속해있다고 생각할수록 ~ 사회는 더 많은 장애를 만들어 낸다.(86-87)
<장애의 문화적 구성>
-문화는 장애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삶을 문화적으로 재현할 때 장애 경험을 배제하는 것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문화적 고정관념, 신체 및 정신의 한계나 다른 차이들에 가하는 선택적 낙인, 다양한 종류의 장애와 질병에 따라붙는 수많은 문화적 의미, 장애인이 실행할 수없거나 실행하리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는 활동들이 갖는 문화적 의미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것까지 포함된다.(91)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특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한 사회의 책무가 된다는 의미에서그러하다. 다른 여러 가지 무능력은 사회생활에 완전히 참여하는 데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것이고, 비록 무능력이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기는 하지만, 이 모든 무능력을 장애로 여기는 것은 부적절하다. 따라서 나는 장애를 예방하려면 한 사회에서 삶의 모든 주요한 부분들에 참여할 능력을 계발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가능한 한 언제나 제공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싶다. (105)
<장애인의 입장론적 인식론은 가능한가?> - 여성주의 입장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
-여성, 혹은 여성주의자란 이론적으로 꼭 필요한 사회적 집단인가, 또 성별과 교차되는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 즉 인종, 계급, 문화적 배경과 같은 것들이 성별만큼 지식 생산에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이런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와 역사적인 맥락이 성별을 경험하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하는 것들이다. ~ 이러한 비판들은 무엇보다도 '여성'을 하나의 사회적 집단으로 묘사하려는 시도들과 '여성의 경험'을 존중하려는 작업들이 여성들 사이의 드러나지 않는 차이를 무시하고 보이지 않게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차이에는 인종, 계급, 성, 정체성, 나이, 민족, 장애 여부가 포함된다. '여성'을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려는 작업들이 비교적 특권을 가진 소수 여성들 지 ㅂ단의 사회적 지위와 경험으로부터 그릇된 일반화를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 "장애인"이라는 범주를 가지고 똑같이 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40-141)
<몸의 이상화>
-몸을 이상화하는 것은 몸을 대상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 다른 대상화의 요인은 마음과 몸을 문화적으로 분리하고 몸을 폄하하며, 몸의 겉모습만을 강조하고, 몸을 의학적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데 있다. 또한 성적인 착취, 신체적 수행능력에 대한 압박, 특정한 경쟁방식 등이 몸의 대상화에 관련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몸을 대상화하는 것은 몸으로 터득하여 체화한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고, 그 사람을 주체적인 몸의 경험을 가진 개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자기가 대상화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문제다. (168)
-장애인 대부분은 몸에 대한 문화적 이상형에 맞추기 위한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이들은 좌절하고, 창피해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혐오하면서 자기가 가질 수 없는 몸을 바랄 수도 없다. 반대로 몸에 대한 이상형을 편협하고, 상상력이 부족하고, 억압적인 것으로 보고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아니면 나처럼 이 두 관점 사이에서 분별력 없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장애인들은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위해 비장애인들보다 힘들게 싸워야 한다. (중략) 물론 거부당한 몸을 꺼리는 것은 비정상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통증, 질병, 한계, 괴로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176-177)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202)
-우리들 대부분이 통제 속에 있다는 환상의 대가는 죄책감, 그리고 통제에서 벗어난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과한 낙인이다. 나는 통제의 환상이 장애에 대한 낙인을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203)
<의학의 권위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소외>
-재너(Richard M. Zaner)는 우리가 자신을 살아 있는 몸으로 인식하는 것에 미치는 의학의 문화적 영향력을 강조한다.
-광범위한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문화에서 의학이 갖는 강력한 존재감 때문에 의학이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대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것에는 살아 있는 몸을 죽은 몸(시체)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그만큼 우리는 스스로를 기계장치로 생각하고, 따라서 영원히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매일매일의 생활을 바탕으로 우리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경험한 내용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선고를 받고, 우리의 본질적인 경험이 완전한 사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몸에 대한 전문가들이 우리 자신에 관하여 얘기하는 것을 믿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불편하다고 느낀 점들이 전문적 처치와 치료가 필요한 진짜 질병인지 아닌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다. 요약하자면, 의학의 관점으로 자신과 몸을 바라보게 되면서, 우리는 자신에게서 그리고 우리의 가장 친밀한 경험들에서 결국 소외된다. <Flirtations or Engagement? Proegomenon to a philosophy of Medicine>, p.154.(본문 227-228)
<의학의 권위-인지적 주체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
-만약 의사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거나 증명할 수 없는, 이를테면 어지럼증이나 무기력증, 시력 문제, 쇠약함, 통증, 집중의 어려움과 같은 증상('진짜' 원인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해 의학은 이를 "불편함의 호소"라고 부른다)을 가지고 환자가 의사에게 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 의사는 환자의 증상이 얼마나 심각하고 얼마나 환자를 쇠약하게 만드는지에 상관없이 환자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런 선언이 환자를 얼마나 위협하고 혼란스럽게 하는지, 얼마나 환자의 자기확신을 흔들고 현실과의 관계를 망치는지 의사들 대부분이 실감하지 못한다고 믿는다.(232-233)
-매우 아프고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안전망의 범위 밖으로 버려지는 것은 의학의 인지적이고 사회적인 권위 때문이며, 이와 관련된 의료 종사자들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의학적 진단명 없이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243-244)
-잉글하트는 의학적 진단이 다른 무엇보다도 치료와 사회적 지원에 관해 한 사람의 자격을 결정하는 "복잡한 형태의 사회적 꼬리표 달기"라는 것을 인식한다. ~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의학적 분류체계의 과정을 더욱 민주화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의료적 현실을 구성하는 특성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을 확실하게 해주고,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을 조정할 수 있는 개인으로서 우리가 가진 책임을 나타낸다. 또한 이러한 조정이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만 한다. 치료와 치료 평가를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나 공동 보험정책은 원칙적으로 홀로 고립된 개인이 맡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결과, 의사, 보험회사, 일반 대중이라는 공동체들은 세 집단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의료적 현실의 특성에 대해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 ~ 어떤 경우든, 이 협상은 의료적 현실이 민주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Englehardt Jr., The Foundations of Bioethics;Serwin, No Longer Patient: Feminist Ethics and Health Care.)
셔윈은 잉글하트가 기술한 건강과 질병에 대한 사회구성주의가 지니는 여성주의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민주적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대해 경고한다. 이 불평등한 권력관계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예전부터 널리 존재해 온 부정적 태도와 결합되어, 여성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246-247)
-나는 생의학이 만들어 낸 몸에 대한 지식과 어휘가, 몸의 고통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경험의 가능성을 형성하거나 제한하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탐구가 이루어지길 원한다. 내 생각에, 일부 서양인들이 비서양 '대체' 의술에 끌리는 것은 다른 개념을 통해 몸을 다르게 경험할 수있을 것이라는 직감 때문이다. 또한 다른 개념틀을 가진 의료 종사자들이 환자의 몸의 경험을 더 주의 깊게 듣고 더 잘 이해해 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기도 하다. (257)
<장애와 여성주의 윤리학>
-여성주의 윤리학은 현재, 장애인의 삶에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 핵심적이고 서로 관련된 두 가지 철학적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첫째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과 관계성을 강조하는 돌봄의 윤리학ethic of care을 어떻게 개인과 개인이 가진 권리, 의무, 자유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정의의 도덕성morality of justice과 통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전통적인 윤리적 이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262)
-힐리어는 돌봄이 이루어지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맥락과 이를 제공하는 사람의 욕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돌봄의 윤리학에 대한 여성주의 논의에 주요한 기여를 했다. 그동안 우리가 해온 철학적인 논의는 돌보는 사람들의 복지와 실제적인 한계를 간과해 왔다고 생각한다. (중략) 여성주의 윤리학자들은 여성의 돌보는 일이 착취되어 왔다는 사실과 많은 여성이 돌보는 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사회화되었거나 압력을 받아서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266-267) <Barbara Hillyer, Feminism and Disability, Norman and London: Uninversity of Oklahoma Press, 1993.>
<의존성, 독립성, 상호성>
-비장애 여성주의 윤리학자들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윤리적인 이상으로 삼는 것을 비판해 왔다. 자율성과 독립성이란 개념을 통해서는 독립적이기보다 상호의존적이며, 자율적이기보다 서루 연결되어 있는 여성의 삶의 경험을 대변하거나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71)
-초기 장애인권운동은 '독립성'에 부여된 높은 사회적 가치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 공공장소, 행사, 교육, 훈련, 직업에 접근할 수 있기를 요구하면서 장애가 있는 구성원들이 보다 독립적이 되기를 지향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장애운동에서 강조한 '독립성' 때문에 대가를 치러야 했다. 셰럴 매리 웨이드는 독립성에 대한 강조가 '비장애인 같은 장애인'이라는 장앤인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고 지적한다. 또한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신체적 한계, 약점, 취약점이 가진 중요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거부감도 나타났다. 독립성에 대한 강조는 도움이 필요한 것들에 따라오는 수치심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강화하게 되었다고 한다.(274-275)
-일부 여성주의 윤리학자들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론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현실을 더욱 잘 반영하는 윤리적인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조앤 트론토는 이렇게 표현한다.
돌봄이 인간 삶의 근본적인 요소라는 단순한 사실에는 심오한 함의가 담겨 있다. 그것은 먼저 인간이 완전히 자율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상호 의존적인 조건에 따라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으로 남아 있게 된다. (중략) 인간을 상호의존적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율적이기도 하고 서로 얽혀 있기도 한 인생의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Tronto, Moral Boundaries: A Political Argument for an Ethic of Care> (본문 280-281)
-장애여성주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낙태에 대한 다양한 입장 (287-293 참고)
-수잔 셔윈은 여성주의 윤리학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이렇게 열거한다.
"순전히 자기 이익에만 관심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된 사회의 밑그림을 거부하는 것"
"돌봄이 언제나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적절한 반응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돌봄의 일이 가진 도덕적인 가치를 인식하는 것"
"사회정의를 추구하면서도 개인적인 감성의 중요성을 존중하는 것"
"실천을 평가하면서 경험의 세세한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자율적이고 이성적이고 독립적이고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도덕적 주체를 거부하는 것"
"정치적인 관계와 경험의 맥락에서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를 검토하는 것"
"억압적인 관행을 밝히는 것"
"평등한 관계와 비억압적인 사회 구조를 만들어 내는 방법들을 탐색하는 것" (305)
여성주의 윤리학과 장애학의 연계, 그리고 서로가 주고받는 이론적 실천과 함의를 강조.
독서노트
<거부당한 몸>, 수전 웬델, 강진경 외 옮김, 그린비, 2018.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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