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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감정
13개월 열이는 종종 이유를 알아볼 수 없는 화를 낸다.
가끔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칼이나 가위를 달라는 뭐 그런 일들이다.
당연히 안 된다면서 설명을 하려고 하면
물병을 냅다 집어던지거나 배치기를 하며 넘어지거나 하는 행동을 한다.
좋게 설명하다가도 한 번씩은 엄하게 얘기를 하는 편인데,
그런 나한테 내심 서운한 게 쌓였는지
내 호령에 서럽게 울기 시작한 적이 있다.
그 좋아하는 밥도 안 먹고 머리를 상에 박아버린다.
나는 밥 먹이기를 그만두고 그냥 안아주기로 했다.
안아주면 오히려 화를 내거나 몸을 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내 품안에 푹 파묻혀서 한참을 꺽꺽거리며 운다.
그렇게 한참을 부둥거리고 나서야 몸을 일으킨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다시 식사를 시작한다.
아기가 감정이 있다니.
그것도 과잉된, 여분의 감정이.
답답하고, 서운하고, 서러운 감정을
해소할 수가 없어서 슬퍼했던 13개월의 아기가,
속시원히 울고 나서야 평온을 되찾았다.
이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보이지도 않는 이 여분의 감정을 헤아려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