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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손광주, <파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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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화이트블럭에서 전시를 하나 접했다.

이번 외출에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운이 좋았다. 

심지어 인상 깊었던 것이 있어 기록을 남긴다. 

손광주의 <파이돈>은 극지탐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신의 체험과 개인적 비극,

그리고 플라톤의 <파이돈>을 결합한 3채널 영상작품이다. 

(유행이 지났나? 싶은 3채널 영상을 내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생각한다. 

복잡한 사유를 복잡한 그대로 전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동시다발적인 생각들이 노출되기 떄문에 지루하지도 않을 뿐더러, 나의 정신상태와도 어울리는 듯해서일까.)

작가는 북극을 탐사하는 탐사선에서 해양, 대기, 얼음을 연구하는 조사방식을 아주 가까이에서 면밀히 관찰한다. 

동시에 과학자, 승무원, 조업하는 사람들, 선장들의 입을 통해 파이돈을 들려준다. 

파이돈은 자신의 자발적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죽음의 의미를 설득하는 증명의 토론이다. 

북극의 죽음과 자신의 죽음을 병치하는 이 영상은 

북국의 죽음에 더욱 공감하게 하며, 남아 있는 사람들과 영혼의 미래를 궁금하게 하는 독특한 효과를 낳는다. 

북국의 죽음이 필연적이면서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텍스트는 아마도 처음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은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어머니와 바다를 매치하는 마지막 메시지는 지구와 바다, 인간의 운명을 합치하는 듯한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예상하지 못한, 우연히 만난 이 작품이 묘하게 울림을 주었다. 

도입분의 키리에Kyrie도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데에 적합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다. 

조용한 전시실에서 혼자 묵상을 하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예술과 현실의 밀접한 관계를 새삼 느끼게 된다. 

역시 창의성은 디테일에 있다. 

 

작품의 일부는 작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ksonimage.com/phaedo/

 

파이돈 | K.Son+Image

2022 단체전 <장소, 곳, 공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한국 2021 개인전 <파이돈>,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 광교, 수원, 한국

ksonimage.com

 

 

https://www.youtube.com/watch?v=3kvVsO64YYA 

손광주 아티스트 토크 

다른 작품에 관한 작가 브리핑이지만,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에 좋은 인터뷰라 생각한다.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영상을 활용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