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화 <고독한 미식가>가 대표적 먹방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을 터, 이 만화가 드라마라는 영상매체를 만났을 때 나타내는 효과 몇 가지를 맥주를 한잔 한 김에 끄적일까.
서두에서 언급하듯, 이 드라마의 주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현대사회 안에서 파도처럼 휩쓸려 사라지는 우리 인생에 겨우 하나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즐거움인 먹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는 것이다. 특히 이 컨텐츠의 경우에는 만화와 영상의 체감이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굳이 그 안에 있는 음식을 찾아 먹을 필요를 별로 느낄 수 없다. (솔직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이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엄청나게 맛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주인공이 맛있게 먹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뿐이다.
시청자는 자신의 먹을 거리에 집중하게 되기 보다는 화면 안의 주인공의 표현, 맛에 더 집중하게 됨. 진짜 맛이 아니라 맛있다는 느낌만으로 본인의 만족을 채울 수 있게된다는 의미다. 이것이야말로 하이퍼 리얼리티다.
일본에서 밥을 혼자 먹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밥을 먹어주는 DVD 영상이 있다고 들었다. <고독한 미식가>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나를 착각에 빠뜨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자신이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 남자를 다분히 편하게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본인이 함께 있다고 여기거나 영상 뒤에서 숨어 있는 자신을 전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을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겠지만, <고독한 미식가>는 마치 영화 <데몰리션맨>의 가상 섹스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결국 하이퍼 리얼리티를 경험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