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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되기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합리적인 어른이 선택적으로 취하는 놀이. 그 놀이는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다.
기존의 질서와 틀을 지우는 방법으로서의 놀이. 합리적인 세계에서 '미친' 상상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축제는 어른들의 놀이의 장이다.
억압, 질서, 체계, 규칙, 시간들을 일시적으로나마 무화(無化)하고, 우리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한창 축제 중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놀이의 방식으로 행해지는 '진정한' 축제는 광화문에서 행해지고 있다.
지난 화요일,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갔던 광화문 앞은 의외로 축제 분위기였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월드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혼자서 갔기 때문에 어색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 이외에도 나름의 생각으로 혼자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게다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들과 어린 꼬마들이 있었고, 교복 입은 학생들과 양복입은 직장인들.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린이 되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기존의 것들을 모두 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이었을 터다.
낯선 사람들과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하는 자리.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곳은 시위현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버릴 수는 없었다.
구호와 외침들이 계속 되었고, 울부짖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곳이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노인과 어린아이들, 중학생들과 대학생, 군인과 주부가 함께하는 그 자리가 분명 축제의 장이어야 하리라.
그곳에서는 민족적인 어떤 것도 통용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인간의 존엄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다면 어떤 투쟁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닭장투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전경들의 소위 "닭장차"를 타고 서대문경찰서로 들어가 1박을 하는 여행이라는 뜻이다.
폭력에 의해 억지로 끌려가지 않고 그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가겠다는 청년들이 상당수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네티즌들에 의해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의 이런 놀이가 정말 무서운 것은 국가나 정부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무서운 것은 지금의 '유희'다.
칼날이 필요할 것이다. 적의 급소에 적중하는 무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유희로서의 저항이 지니는 의미는 적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더욱 크게 노래하라. 더욱 신나게 춤을 추라.
Incubus, Privile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