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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및 기고문들

<노매드랜드>, 르포 예술의 새로운 방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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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저널리스트 제시카 브루더(Jessica Bruder) 원작 『노마드랜드』와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를 텍스트로 한다. 제시카 브루더가 <하퍼스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논픽션 기행문학'으로 분류된다. 이 글을 기존의 개념 중 르포문학으로 볼 수 있다면 이 글이 영화화되면서 장르적으로 어떤 변화를 드러내는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영화 <노매드랜드>의 주인공인 펀(Fern)은 US 엠파이어의 파산이라는 사회적 이유로 배척되며, 또한 남편의 죽음이라는 내적·개인적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된다. 가족의 상실로 인한 자발적 배척에 가깝다. 이 둘 중 영화는 후자의 영역을 바탕으로 영화적 주제를 이끌어간다. 유목생활의 주된 동기, 방황과 깨달음 안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회복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면의 Home을 찾아야 한다는 것, 물리적 의미의 House는 부차적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폐허가 된 '엠파이어'의  묘사는 굳이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자본주의 '제국'의 몰락과 배척된 사람들의 심상을 묘사한다.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는 원작 『노마드랜드』와 이러한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르포문학의 영화화> 

  르포문학은 르포르타주 문학의 줄임말로, "사건의 관찰자가 자신의 취재를 토대로 해당 사건의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르포문학의 핵심적 과제는 그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건을 둘러싼 보다 거시적인 맥락에 대한 성찰이 필수적이다. 형식적 측면에서는 사건의 관찰자와 당사자 사이의 교감이 활발히 진행되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글쓰기 주체가 단순한 관찰자에서 스스로를 사건의 당사자로 변모시키는 양상이 나타난다. 즉, 주체와 대상자의 전이가 수행되는 셈이다." 1960년대 저널리즘 문학을 정식화한 에곤 에르빈 키쉬 역시 저널리즘이 교양시민 사회가 탄생시킨 문학의 적법한 계승자라고 언급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 르포문학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합리함, 시민의식을 드러내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0년 전후로 르포문학, 다큐영화 등이 활성화되고 확장되고 있다. 주로 노동, 자본, 계급 등을 주제로 다루었으며, 그 내용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사건을 구체화하여 용산참사, 세월호, 장애인권 등등의 다양한 문제를 다룸으로써 사실전달의 목적, 의문의 해소 등을 담고 있는 것이다. 

 

 

<르포문학 『노마드랜드』의 아름다움>

  앞선 정의에 따르면 제시카 브루더의 『노매드랜드』는 정석적인 르포문학에 해당한다.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집을 잃고 도로로 나아가야만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저자는 Homless로 불리는 이들의 곁에서 삶의 태도와 감정을 살핀다. 저자 스스로도 집 없이 밴 생활을 하며 직접 이들의 불안과 고통, 삶의 기쁨과 방법, 태도들을 배운다. 이곳에서도 삶이 지속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미래 가치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주인공 린다 메이의 삶을 통해 드러낸다.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적 성격, 사기적 성격을 폭로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추동하는 방식의 이면에 소외되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 글이 더욱 찬란한 이유는 이러한 상황에서 좌절하기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쾌한 태도로 현실을 타파해 나아가는 린다 메이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에 저항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은 자연을 가까이 접하며, 자본주의 유통 생산의 정점인 아마존의 단기 노동자로 일한다. 데리다가 주장한 노매드적 삶이 이런 방식으로 현실화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실화되고 있다.

 

<영화로 변주된 <노매드랜드>>

  영화 <노매드랜드>는 책 『노마드랜드』와는 달리 정서적 차원에서 접근한다. 르포나 다큐 영화가 아니라 창작으로 재구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린다 메이와 밥 웰스, 스왱키 등 책 『노마드랜드』에 등장했던 인물들도, 책 이후의 모습으로, 그리고 새로운 주인공인 펀의 동료로 등장하며 또 다른 화두들을 던진다. 영화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밴 생활자들 모임인 RTR과 린다 메이의 가치와 이념, 생각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사실상 RTR의 대표인 밥 웰스와 RTR에 속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주인공 펀까지도 실은 동료와 가족의 상실에 절망하며 '정상적인 삶'을 거부한 인물들로 등장한다. 이는 일부 사실이나, 사회적 문제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도로로 나와야 했던 사람들을 논외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밴 생활의 사회적 의미를 상당히 제한하는 것으로 보였다. 원작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린다 메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개척한다. 반면에 영화의 주인공인 펀은 정착과 유목 생활 사이에서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를 알려주지 않는다. 도로로 다시 나서는 펀의 감정은 어디에선가 자유로운 방식으로 남편을 만나기를 바라는 감정적 선택으로 유보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클로이 자오는 영화적 방식, 즉 함축적 방식으로 거시적 주제를 포함시킨다. 말을 하지 않고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으며, 인물을 통해 개인적 주제를 전달한다. 배경 안에 배치된 인물은 자의와 상관없이 환경에 던져진 개인을 표현한다. 그 안에서 풍성하게 경험되는 관객의 정서는 역시 인물들이 느끼는 황량함과 공허함, 반대로 충만함과 깨달음에 도달한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르포문학, 다큐문학의 새로운 방식의 재현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그에 대한 다각적 비판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크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중, 산어귀에 걸쳐 있는 해가 희미한 희망을 상징한다.

 

 

 

 

<참고문헌>

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 엘리, 2021.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21.

김원, <르포문학의 이해>,  『작가들』, No.70, pp.114-134,  2019.

장성규, <르포문학 장르 개념 정립을 위한 질문들> , 『작가들』, No.70, pp.135-146, 2019.

탁선미, <에곤 에르빈 키쉬의 르포르타주 문학>,  『독일어문학』, Vol.30 No.-, pp.181-205, 2005.

황성근, <기록문학과 저널리즘의 상관성 연구 - 독일 기록을 중심으로>, 『세계문학비교연구』 Vol.23 No.- ,

           pp.239-267, 세계문학비교학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