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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객식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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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들어가던 날이었다.
택시에서 내려서 뒤를 돌아서는데 왠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올 거란 기대도 안 했지만 한번 쓰다듬어 보자고 부르면서 가까이 다가갔는데,
왠걸. 이 녀석이 가까이 오는 거다.

신기해서 이리저리 만져주다가 보내려고 했는데 나를 졸졸 따라오기 시작했다.
괜히 나 따라서 큰 길 나왔다가 차에 치일까봐 걱정이 되어 골목으로 보내놓고 못 쫓아오게 겁을 주니까,
차 밑에 들어가서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녀석.
뒤돌아서 나오다가 그냥 하루쯤은 어떤가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해서 멀찍이 서서 불러보았다.
그러니까 나를 향해 곧장 달려오는 녀석.
고민고민을 하다가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왔다.
먹이가 없어서 사람 먹는 참치 조금 주고, 물도 조금 주었다. 
물티슈로 발을 대강 닦아보았지만 떡진 털은 어쩔 수 없었다.-_-

그래도 그루밍도 잘 하는 녀석이어서 대강 잠 잘 곳을 마련해 두고, 나도 잠에 들었다.
애교도 많고 사람에게도 겁이 없는 걸 보니, 예전에는 사람손을 타는 집냥이었던듯.
아마 내 발밑에서 잔 것으로 추정되는 녀석은 아침이 되자 소란스럽게 내보내달라고 울어대길래
내보내 주었다. 나는 녀석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하룻밤 거처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나보다.
내보내주자 골목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던 녀석이 왠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몇일간 녀석의 꿈을 꾸었다.




이렇게 생긴 녀석이었는데, 이것보다 더 잘생겼다. 배 위에 앉아서 빤히 쳐다보던 녀석의 눈빛이 잘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제 밤에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건너편에 녀석이 보였다. 며칠간 잘 있었구나 하는 안도가 들면서도,
사람 좋아하는 녀석이 내가 부르면 또 달려들 것 같아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곳에 항상 살고 있는 모양인 것같다. 누군가 키우는 외출냥이었던 건지,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사는 법을 터득한 녀석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왠지... 기억에 남는 객식구다.



                             나비, <고양이는 울었지>
                             http://club.cyworld.com/5175280116/28777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