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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자본론』3권(下) / 제33장 신용제도 아래의 유통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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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에 의한 화폐의 무형화>

산업가와 상인들 사이에서 상품의 매매를 비롯하여 대부와 예금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러한 것들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은 화폐가 직접 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가 예금한 돈을 은행에서 B의 어음을 할인하여 화폐로 바꾸어 주고, 다시 그 돈을 C에게 대부하는 과정에서 화폐는 직접적으로 운동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매매 없이 소유자만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신용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매개운동은 구좌의 이동이나 각 은행간의 상호결제, 신용조작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현실적인 매매가 없기 때문에 은행의 거래액에 증가해도 은행권의 총 유통액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한다. 그러나 은행권의 총 유통액이 감소했다고 해서 주식은행이나 자본가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은행은 "종전과 동일한 은행권유통액으로 거의 5~6배의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646)

그러나 공황이 발생하여 은행권을 입수하기 힘들어지게 되면 보통 때보다 두 배 이상의 유통수단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은행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유통수단을 퇴장해 놓기 때문이다. 공황이 야기하는 공포심은 은행권의 부족을 불러온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유통수단이 적을 때 개별자본가가 화폐 시장을 지배하고자 한다는 것이다.(651) 이들은 언제나 유통으로부터 은행권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이들은 "증권가격을 폭락시키고 화폐부족을 야기"한다.

<유통수단의 지출과 자본의 대부>

이것은 현실의 재생산과정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자본가는 화폐를 노동자의 임금으로 제공한다.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지속적으로 임금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넉넉한 퇴장화폐가 있거나, 은행에서 대부해야 한다. 이 화폐는 유통에서 모든 교환을 끝낸 다음에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게 되어 있다. 만약 자본가가 은행에서 이 유통할 자본을 빌린 것이라면, 이 자본도 은행으로 복귀한다. 이렇게 은행은 '선대'라는 방식을 통해서 신용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이윤을 얻는다. 제조업자나 상인은 선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은행업자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은행업자는 이런 방식으로 은행자본을 상업어음의 할인(선대)에 이용한다.

은행업자들은 국민의 화폐를 자기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고 있으며, 어음을 항상 화폐로 전환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다. 게다가 그러한 생각들은 법률로 규정되기까지 했으며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국채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국민의 화폐를 세금으로 거두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닥치면 상업세계를 잘 알고 있는 은행업자나 개인자본가들은 준비금으로서의 퇴장을 두 배로 증가하며, 아무리 이자율이 높다고 해도 절대 화폐를 내놓지 않는다. 그리고 공황이 끝나면 화폐를 이용하기 시작하며 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일반인들은 은행을 통해 대부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래서 큰 은행들과 개인자본가가 협력한다면 의도적으로 화폐공황을 야기할 수 있으며, 소규모의 화폐거래업자들이 수탈당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은 은행권을 발행하면서 가치상징(token of value)를 창조하는데, 창조된 가치상징은 유통수단의 역할을 하면서 그 이상의 추가자본을 은행에게 제공한다. 따라서 은행이 얻는 이윤은 모두 신용으로 얻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소유한 자본과는 관계가 없다. 한마디로 은행업자는 국민의 절약정신으로부터 이윤을 얻는 셈이다.(669) 게다가 국민이 지닌 화폐는 노동의 결과물이므로 은행업자가 이윤을 받는 것은 국민의 노동을 취득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잉글랜드은행, 즉 국립은행은 시장이자율까지도 규제할 수 있다. 이자율을 크게 인상시킨다거나, 어음의 발행을 통제함으로써 그러한 규제가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황을 조작하여 은행 자체의 이윤율을 높일 수 있다. 국립은행과 대규모 화폐대부업자들, 고리대금업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신용제도는 거대한 집중을 이루며, 산업자본가들을 억압하고 현실의 생산에 간섭하는 권력을 지니게 된다.(672) 이들은 생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면에서 기생계급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산업자본가들은 자금융통이 제한받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해야 하며 끝없이 눈치를 보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