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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항암 일기] 연재

[항암 일기①] 양성인가, 악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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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검진을 드디어 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내 왼쪽 유방을 만져보더니 5cm 정도 되는 '엽상종양'이 아닐까? 하신다. 
나는 '엽상종양'이라는 처음 듣는 단어를 휘리릭 접하고 얼른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 
단어가 머리에서 지워지기 전에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았다.
 

유방의 엽상 종양은 비교적 드문 유방 종양 중 하나입니다. 종양 내부가 나뭇잎처럼 생겨서 엽상 종양이라고 합니다. 초음파로는 섬유선종과 구분이 안 되지만,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크게 자랍니다.
 
유방의 엽상 종양은 조직학적인 특징에 따라 양성, 경계성, 악성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60~70% 이상은 양성입니다. 악성은 약 16~30% 정도입니다. 악성 엽상 종양인 경우 약 20~25%는 폐나 뼈로 전이됩니다. 악성 엽상 종양은 주위 조직에 침범하고 몸의 다른 부위로 전이하는 데 비해, 양성 엽상 종양은 전이되지는 않지만 빨리 자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엽상종양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었지만, 내가 궁금한 건 아산병원에서 알려줬다. 
내가 찾던 건 이 부분이었다. 
"악성은 약 16~30%" 정도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한 달만에 이렇게 갑자기 크는 암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미리 검사를 받지 않아서 그런지 다른 병원으로 보내졌다. 
조금 작은 병원에서 유방 X-ray와 초음파를 받게 됐다. 
공식적인 결과는 일주일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사진을 자리에서 곧바로 볼 수 있었던 데다가, 의사 선생님이 상세히 설명해 주신 덕분에 
거의 자리에서 결과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양성 종양일 거라고 확신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9cm 크기의 종양 안에 암 모양의 종양이 발견되었다. 
겨드랑이에도 암으로 의심되는 덩어리 두 개가 보였다. 
X-ray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초음파로는 모양이 정확히 보였다. 
6개월 전 건강검진으로 종양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조직검사를 받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전날 나를 성당에서 보았다. 
성당 뒤편에서 보는 나는 참 행복해 보였다고 했다. 
미사를 드리고 친구들과 웃으며 나오는 내 모습이 밝게 빛났다고 했다.
이제는 걱정할 일이 없겠구나.
마음을 놓아도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다음 날, 딸에게 암이 있다고, 전이 소견도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생각했다.
나는 두렵지 않았는데,
손이 살짝 떨렸다.
 
일주일 뒤 검사 결과지를 받을 수 있었다. 
확인할 수 없는 종양 9cm, 그 코어에 악성종양 2.7cm 확인 
2번 겨드랑이에 종양 2개 확인, 림프 전이로 의심됨.
빠른 의사의 조치가 필요함. 
 
엄마와 나는 손을 잡고 울었다. 
서로의 인생이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를 안타까워하는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