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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및 기고문들

양주동,「문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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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세미나2 / 2008. 1. 17


양주동1),「문장론」,『문장』제1권 창간호, 1939년


1. 주제 쓰는 5가지 방법과 서상기(西廂記)2)에 관하여 적은 글.


2. 요약

내가 지금 쓰고자 하는 것은 옛 사람의 이야기이다. ‘십백천년’전에 있던 사람이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지금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은 그냥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뿐이다. 그러나 요즘 전사가들의 글을 보면 광탕, 무례한 수작이 많은 것이 불만이다. 이러한 수작은 미친 사람과 창녀를 만들어 버리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고인들의 입을 빌려 그들의 마음속에 품은 사연을 제대로 파악해서 쓰려는 것이다. 이제 '西廂제1권'을 보면서 옛 사람의 글 쓰는 법을 깨닫고자 한다.


* 홍운탁월(烘雲托月)의 법. [달이 흰색이므로 그릴 수 없음을 감안하여 달 주변을 검게 칠함으로써 달을 드러내는 동양화 화법의 하나.] 달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구름을 그리는 것으로 진정한 뜻은 구름이 아니라 달에 있다. 이런 표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중을 잘 두어야 한다. 구름에 너무 많은 비중이 있으면 달을 잊게 되기 때문에 구름을 묘(妙)하게 그려야 한다. 西廂 제1권에 장생(長生)을 그린 것도 이런 표현과 같다. 서상을 지은 것은 변문을 위한 것인데, 변문을 직접 그릴 수가 없으니 장생을 먼저 그린 것이다. 이거이 서가의 홍운탁월의 화법이다.

* 이당취수(移當就樹)의 법. 법당에서 책을 읽는데, 날이 더우니 법당의 뒤에 있는 나무를 법당의 앞으로 옮겨오는 것이 더 나은 것을 이르는 것이다.

* 월도회랑(月度廻廊)의 법. 이것은 달이 미인을 비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달은 미인을 그냥 비추는 것이 아니다. 달의 맑은 빛은 처마 밑에서 시작해 낭주를 내려와 곡낭을 지나 간계를 지나, 쇄창을 지난 후에야 미인을 비추는 것이다. 그동안 미인은 바르게 앉아있어야 할 것이며, 달은 무한(無限)을 끄는 듯이 묘한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연후에야 미인의 신분이 갖추어진다.

* 갈고해례(羯鼓解穢)의 법. 당현종이 기자와 함께 청유리잔에 서양 포도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데 흡족하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일어나 갈고를 가지고 오라고 하더니 친히 '어양참화'를 아뢰었다. 그 창창한 소리에 피지 않았던 꽃이 곧바로 피었다.


* 좋은 글은 홍균(鴻鈞3))으로 마음을 삼고, 조화(造化)로 손을 삼고, 음양(陰陽)으로 붓을 삼고, 만상(萬象)으로 먹을 삼아 쓴 글이다. 그래서 마음이 이른 곳에 이미 붓이 있으며, 붓이 있는 곳에 이미 마음이 있다. 공자, 맹자나 태사공의 글이 이 법을 지키고 있음이야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전기에 불과한 서사기가 이 법을 지녔으니 매우 대단하다.


* 나의 벗 착산선생이 나에게 서강에 있는 광려(匡廬)산이 참으로 기관(奇觀)이라고 말했다. 강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신기한 풍경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곳을 가보고 싶었으나 갈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너무도 그곳이 보고 싶어서 꿈에서도 그 풍경을 보았다. 마침 서강(西江)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 경관이 어떠한지 물어보았는데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고 답하였다. 내가 화가 나서 착산에게 가서 물어보았더니 그가 웃으면서 자기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서강에서 그 경관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고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만 믿어버리니 자신에게도 실로 그런 기관을 믿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관을 어떻게 매일 본다고 말했냐고 물으니 그는 맹자를 읽으면서 보고, 사기, 한서를 읽을 때에 보고, 서상을 읽으면서 종종 보게 된다고 한다. 특히 서상 첫머리에 있는 신수령 제1구에 '범왕궁전월륜고(梵王宮殿月輪高'라는 7글자만으로도 그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이것이야말로 시공에 취공이 솟은 것이고, 여산에 이르면 오히려 산의 모양이 보이지 않는 것을 뜻함이니 이 뜻을 나의 벗 착산이 가르친 바이다. 그리고 나도 서강에 가보지 않아도 여산을 본 것 같으니, 여산은 참으로 천하의 기관이다.



3. 소감
사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양주동이라는 사람이 고전연구가임을 생각해 볼 때 고전적인 문장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문장론이라기보다는 서상기(西廂記)를 칭찬하고 있는데 서상기에 나타난 문장 쓰는 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문장』창간을 기념하여 다양한 방면의 문장 쓰는 법을 게재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전적 문장론을 첨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 [梁柱東, 1903.6.24~1977, 신라 향가(鄕歌) 등 한국 고가(古歌)를 연구하여 초기 국어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시인 겸 국문학자. 동국대학교 대학원장을 역임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 저서로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 등이 있다. 호 무애(无涯). 경기도 개성(開城) 출생. 1928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으며, 그 이전 1923년 시지(詩誌) 《금성(金星)》을 발간하였다. 1928년 평양 숭실전문(崇實專門) 교수에 취임하고, 1929년 《문예공론(文藝公論)》을 발간, 1940년 경신중학(儆新中學) 교사로 취임했다. 1945년 동국대학교 교수가 되고, 1954년 대한민국학술원 종신회원에 선임되었다. 1958년 연세대학교 교수에 취임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고, 1962년 다시 동국대학교 교수가 되어 동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하고 정부로부터 문화훈장·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수여되었으며, 신라 향가(鄕歌) 등 한국 고가(古歌)를 연구하여 초기 국어학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 저서로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 《여요전주(麗謠箋注)》 《국학연구논고(國學硏究論考)》 《국문학고전독본(國文學古典讀本)》 등이 있고 시집으로 《조선의 맥박》, 에세이집으로 《문주반생기(文酒半生記)》 《인생잡기(人生雜記)》 등이 있다. 역서로 《T.S.엘리엇 전집》 《영시백선(英詩百選)》 《세계기문선(世界奇文選)》 등이 있다.(http://100.naver.com/100.nhn?docid=109566)


2) 중국 원대(元代) 잡극(雜劇:元曲)의 명작. 작자는 왕실보(王實甫). 13세기 후반부터 14세기 초에 걸쳐서 잡극이 칸발리크[大都:지금의 베이징]를 중심으로 발전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내용은 당대(唐代)의 전기(傳奇) 소설 《앵앵전(鶯鶯傳)》 <회진기(會眞記)>에 나오는 재상의 딸 최앵앵과 백면서생 장생(張生)과의 사랑 이야기이다. 원진(元稹)의 원작은, 일단은 맺어진 사랑이었는데도 끝내는 단념할수밖에 없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의 비극을 남자의 이기적인 입장에서 영탄하는 귀족취미의 것이었으나, 송대(宋代) 이후의 민간 예능계에서 구전되던 중, 봉건도덕의 가르침을 무릅쓰고 사랑을 성취하며, 장생의 장원급제와 함께 대단원이 되는 이야기로 바뀌었는데, 그러한 변모 속에서 문학토양의 변화와 시대성을 찾아볼 수가 있다. 왕실보는, 직접적으로는 12세기 말에 완성된 《서상기제궁조(諸宮調)》를 토대로 하여, 이를 5부 21절(折)의 장편 잡극으로 각색하였다. 순수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장생과, 가르침에 얽매여 자신의 마음에 충실할 수 없는 앵앵, 예교(禮敎)의 권화라고도 할 고(故)재상의 노부인, 두 사람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그들을 격려하고 감연히 노부인과 대결하는 시녀 홍낭(紅娘) 등,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기지와 풍자를 알맞게 섞은 교묘한 연극구성으로, 제궁조를 넘어선 고도의 문학적 완성을 보인다. 문어(文語)의 아문조(雅文調)와 구어를 조화시킨 곡사(曲詞) 역시 원곡의 대표적 성공작의 하나이다.(http://100.naver.com/100.nhn?docid=89366)


3) 큰 수례바퀴. 균(鈞)은 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물레의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