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p.90-91
역사를 내가 연루된 것으로 이해하는 지식은 역사를 다르게 느낄 때,
몸과 세계의 표면을 다르게 살아낼 때 비로소 지식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진다'.
내가 연루된 역사를 알고 나면, 즉 역사를 잊어버리는 일을 그만두게 되면, 나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고통의 역사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집이 없어지는' 폭력적인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p.98
고통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초한 정치가 아니라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정치,
다른 이들과 함께, 다른 이들 곁에서 살면서도 우리가 하나가 아님을 배우는 정치를
우리에게 요청한다.
p.159
"두려워하는 몸"의 구조화. '취약함'의 허상
취약함은 여성의 몸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다.
취약함은 공적 공간에서 움직임을 제한하고
사적 공간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머무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여성성을 규정함에 따라 발생하는 효과다.
몸이 아프고 난 후에는 나를 규정하는 카테고리가 하나 더 생겼다.
나의 몸은 나 혼자의 것이 아니며,
나의 몸은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이제 나는 유산을 겪은 사람의 심정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그들이 느꼈던 타인의 시선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님을 안다.
그리고 지금 겪은 이 상황을 더욱 날카롭게 벼려야 함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