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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마크 그리프, <모든 것에 반대한다> 중 "시민 불복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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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반대한다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 로라 키프니스는 사랑에 반대했다. 그리고 마크 그리프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 장폴 사르트르, 수전 손택의 뒤를 잇는 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음악, TV 등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로 크게 호평받는 전방위적 문화비평가 마크 그리프의 비평 에세이 《모든 것에 반대한다》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습관적인 공감은 다양한 의견이 설 자리를 빼앗는다. ‘좋아요’는 엄청나게 달리지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SNS의 글들이 지금 우리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저자 마크 그리프는 이런 현상에 이의를 제기하며 운동, 음식, 성 상품화, 음악, 리얼리티 쇼, 경찰, 파병 등 현대 사회의 논란거리들을 보란 듯이 가져와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한다. 옳다 그르다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관해 속 시원히 답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생각들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박식하고 독창적인 그의 글은 반대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필요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실제 어떤 선택이 가능해지기까지 세상에는 수많은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는 모든 것을 반대하고 질문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무조건적인 공감을 넘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반대’ 의견은 더 넓은 선택지를 가진 새로운 오늘을 만드는 데 풍부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책의 저자인 마크 그리프는 미국에서 “가장 도발적인 문예잡지”로 평가받는 정치, 문학, 문화 계간지 〈n+1〉을 창간했고 ‘힙스터에 주의하라’라는 토론회를 열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뉴욕에 위치한 뉴스쿨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에세이는 ‘미국 최고의 에세이’로 두 번 선정된 바 있다.

 

저자
마크 그리프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9.02.22

 

 

  미국 철학자 소로가 오두막과 호수 다음으로 자주 연관 지어지는 유명한 장소는 바로 감옥이다. 그의 고향 마을 콩코드는 그가 미국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인두세 내는 것을 거부했을 때 그를 감옥에 넣은 적이 있다. 그때 미국은 노예제도를 유지하면서 도망친 노예를 주인에게 돌려보내지 않으려는 이는 투옥했고, 영토확장의 야욕으로 멕시코를 침략해서 자국 군대가 이웃을 죽이고 공포에 사로잡히게 했다. 소로는 콩코드의 이웃들이 왜 돈을 내는지, 심지어 왜 세금 징수원에게도 복종하는지 정당화할 의무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거부했다. - 왜 불의를 따르는지, 같이 행동할 수 있는데 잘못되었다고 말로만 하는지. <<시민의 불복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역시 감옥이다. 매사추세츠주가 보다 자유분방하고 풀이 덜 죽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유일한 장소, 또 현시점에서 가장 떳떳한 장소는 감옥이다. 주는 법령에 따라 그곳에 그 사람들을 몰아 가두었지만,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를 추방했던 것이다. (...) 감옥 안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상실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정부를 괴롭히지 못하며 그들이 그곳의 담장 안에서는 더 이상 정부의 적이 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진리가 오류보다 얼마나 더 강한가를 모르는 것이요, 감옥 안에서 불의를 직접 겪어본 사람이 얼마나 더 큰 설득력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가를 모르는 것이다.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한 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지라. 

 

  점령행위 뒤의 이론, 불의의 장소 또는 그 전달기관과 상징의 장소로 가서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차리고 합류할 때까지 - 혹은 부당하게 감옥으로 실려갈 때까지 - 거기에 서 있는 모든 '직접 행동' 뒤의 이론은 일부 월든 호수의 괴짜 소로의 유산이다. 다른 개혁가들은 행동에서 더 많은 일을 성취했다. 그러나 소로의 말은 비폭력 직접 행동에 이르는 명료함을 싣고, 인도의 간디와 앨라배마의 마틴 루터 킹에게까지 흘러갔다. (중략) 

  <<월든>>의 많은 지시들이 그렇듯, 여기 <<시민 불복종>>에서도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거나, 그들의 편리함을 방해함으로써만, 자신들에게 선택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일깨울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이 자신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방식에 지나지 않지만, 국민이 그것을 통해 행동을 하기도 전에 정부 자체가 남용되거나 악용되기 쉬운 것이다. (...) 소수가 무력한 것은 다수에게 다소곳이 순응하고 있을 때이다. 그때는 이미 소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소수가 전력을 다해 막을 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마크 그리프, <모든 것에 반대한다>, 은행나무, 2019, 410쪽. 

이재명 1심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