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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및 기고문들

김남천,「남편 그의 동지」,『신여성』19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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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그의 동지」의 주인공은 감옥에 간 남편의 아이를 밴 부인이다. 부인은 만삭이 된 몸을 이끌고 남편의 새 옷을 차입하기 위해 감옥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를 향해 비난 섞인 동정의 말들을 건넨다. 어떤 사내는 남편이 “파벌관계”사건에 연루된 사람이라고 한다. 부인은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참아가면서 시큼한 냄새가 나는 옷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다음에 아기를 낳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다시 이 곳에 찾아 올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부인은 집으로 돌아온 일주일 후에 혼자서 아기를 낳는다. 제 아비를 아기를 낳고 쓰러져 있을 때 자신을 그렇게도 나무라고 쫓아냈던 어머니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가 반대했던 지금 남편과의 결혼을 어린 나이에 우기고 한 이후로 인연을 끊고 산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어머니 자신에 대한 화를 조금이나마 풀려고 찾아온 것인가 하고 기대해 보았지만 늙은 어멈을 두고 다시 떠나가 버린다. 부인은 감정이 북받친다.
  남편에게 혼자 아이를 낳았다는 편지를 써서 보냈지만 연락이 없다. 오랜만에 온 회신에는 아이 얘기는 없고 옛 동지인 김씨를 찾아가서 책 차입을 좀 해달라는 말만 있었다. 혼자 아기를 낳게 될 부인에게 격려의 말 한 마디 있을 뿐이다. 아직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부인은 남편이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줄여주고 싶어 김씨와 현씨에게 전보를 보내 보았지만 회신이 없다. 남편이 지금껏 이런 작자를 믿고 돈까지 맡겨놓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그리고 다시 온 남편의 편지에는 부인의 태만을 꾸짖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부인은 분함과 노염과 슬픔을 누른 채 십원을 챙겨 남편이 있는 감옥을 향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김씨와 현씨가 술집에서 취한 채 계집을 끼고 나오는 장면을 본다. 부인은 그들이 경멸스럽다.
  남편에게 예쁘게 보일 생각을 하며 서대문을 향한다. 그리고 남편의 친구들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남편은 “빠가!”라고 소리치며 들어가버렸다. 부인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만 있다. 친구들의 변심과 남편의 태도 등, 모든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보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고 눈물만 흐른다.


1. 부인의 목소리. 자기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

  박은영(2004) 박은영(「김남천 전향소설 연구」, 단국대학교, 2004. 31쪽.) 은 그의 논문에서 이 작품이 좌절의 내면화와 전향을 부인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분석하였다. 남편이 아내의 원망을 뒤로 한 채 "빠가"라고 외치며 돌아서버린 것을 남편이 아직 전향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김남천 스스로가 위장전향을 했을 뿐, 현실주의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적절하지 않은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화자가 사상가, 문학가의 부인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 남편은 수감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는 김남천이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참고할 때, 이 작품은 김남천의 ‘자기비판’ 작품 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부인이 혼자 출산의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수감된 남편을 보조하는 과정에서 겪는 굴욕과 좌절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자기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끝을 내지만 이어지는 「처를 때리고」에서는 부인인 정숙이 전작에서 못다한 말을 털어놓는다. 따라서 김남천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방법을 아내의 고통스러운 고백으로 택하고 있다.

2. 동지, 공동체에의 실망과 회의
  남편과 함께 사상과 문학을 키웠던 동지들은 모두 남편을 모르는 체한다. 남편은 감옥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부인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옛 동지들은 사상을 버리고 편한 삶을 택한다. 부인은 그들의 변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남편을 도울 수 없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아내는 변질된 “파벌관계” 안에서 남편만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남편도 감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상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상과 전혀 관계 없었던 부인은 그 가운데에서 삶의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은 이들이 변심인데, “붉은 옷”과 “꺼먼 양복”으로 상징되는 보호대상자와 관찰자의 관계 속에서 사상적 고민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료애에 대한 회의 또한 「처를 때리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내용이다. 함께 출판사를 하기로 했던 친구, 준호가 다른 출판사에 취직하겠다고 선언하자 주인공 남수는 시한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부인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겨나는데, 그 때리고 싶은 마음은 결국 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자책의 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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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발제문이지만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