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샬 맥루한은 인쇄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일양성’과 ‘연속성’에 주목한다. 인쇄 자본주의는 고대의 복잡하고 다양했던 인간의 문화를 총체적이고 일관되며 직선적인 것으로 응집시켜 하나의 테두리 안에 담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 비율이나 지각 패턴을 서서히 그리고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으면서 변화시킨다는 의미이다. 즉 미디어는 인간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를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베네딕트 앤더슨은 그의 저서 <상상의 공동체>에서 민족이라는 의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는 인쇄 자본주의의 발달이 공통된 시간에 공통의 관심사를 사람들에게 제공하였다고 한다. 같은 언어와 소식을 신문을 통해 접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동질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인해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국민'․'민족'이라는 개념은 인쇄 자본주의로 인해 확산된다는 것이 베네딕트 앤더슨의 주장이다. 베네딕트 앤더슨과 마샬 맥루한의 관점에서 한국의 개화기 시대에 등장한 신문연재소설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문학이 필사본으로 전해지다가 18세기 말에 방각본으로 출판되는데, 개화계몽시대에 이르러서는 기계를 이용한 근대적 활판인쇄가 가능하게 된다. 개화계몽시대에 이르러 한국의 인쇄 자본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그로 인해 근대적 출판사도 등장한다. 신문연재소설은 이렇게 인쇄술이 급속하게 발달하는 시기에 등장한다. 다시 말해 신문연재소설은 인쇄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신문연재소설은 M.맥루한과 B.앤더슨의 주장대로 타자와 주체를 가르면서 '국민'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1895년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발간된《한성신보》에 가장 먼저 한국의 신문연재소설이 실렸다. 당시 신문사와 정부는 신문연재소설이 ‘민심을 계도’하고 ‘풍속을 개량하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재미와 대중성도 추구하여 대중에서 ‘정서적 감응’의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도 주장하였다. 그래야만 계몽적인 의도와 신문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 근대적 서사 양식을 확대한 두 인물이 있다. 신채호와 이해조가 그들인데 이들은 신소설의 기능과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먼저 신채호는 신소설이 대중계몽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고소설이 구습을 반복하며 풍기문란을 유포하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하며, 정치․계몽의 면에서 우월한 신소설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했다. 민중을 계도하는 소설의 역할을 강조한 ‘소설개혁론’은 소설의 사회적 전파력과 효용적 기능성을 중시하는 효용론적 태도를 보인다. 그는 신소설을 국문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국문을 통해서 대중이 쉽게 글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한 문자를 쓰는 '민족'이라는 실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 점에서 신채호가 소설을 통해 ‘국민의 혼’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는 연재소설이나 출판 소설을 통해서 국민성을 탄생시키는 인쇄 자본주의의 속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해조는 신채호와 마찬가지로 허황된 이야기를 반복하며 풍기문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구소설을 비판한다. 그러나 소설의 속성을 계몽이 아닌 허구성과 사실성에 두었다는 점에서 신채호와 차이점이 있다. 이해조는 소설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소설은 허구를 통해서 사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해조는 재미를 통해서 독자에게 사회적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채호와 이해조는 그 방법론에 있어 차이를 보이지만 신문소설, 근대소설, 신소설의 대중적 영향력을 의식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대중을 감화하고 계몽하는 역할을 신문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은 '영혼인 동시에 육체'로서 유럽 및 아시아 각국에서 근대국민국가를 떠받치는 '감정의 공동체'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이 '민족'이라는 개념은 신문을 통해 대중적으로 전달되었다. '민족주의'를 분발하여 제국주의에 저항하자는 의도를 담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인쇄는 16세기에 개인주의와 민족주의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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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 맥루한, 김성기 옮김, <미디어의 이해>, 민음사, 2002, 45~51쪽 참고.
베네딕트 앤더슨, 윤형숙 옮김, <상상의 공동체>, 나남, 2005.
정선태, <한국 근대문학의 수렴과 발산>, 소명, 2008, 16쪽.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1, 민음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