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및 기고문들

입체파 전쟁

soru 2008. 5. 27. 15:07
728x90


  전쟁술의 구조적 변화(심층방어진)와 회화분야에서 단일 소실점 원근법으로부터 입체파의 다중 시점으로의 변화. 이 양자의 유사관계는 너무나 현저하다. (710)
 
  선이라는 관념은 전쟁에서나 회화에서나 전체를 둘로 확고히 갈랐던 경계로서의 신성불가침성을 상실했다. (711)

 위장 트럭을 일컬어 입체주의라고 한 피카소의 발언을 볼 때 피카소는 그의 동시대인들이 이해하기 전에 이미 대상과 공간을 분리된 존재로 보는 낡은 관념을 간파하였으며 진정 현대적인 예술은 대상과 공간을 동일물의 두 양태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722)


스티븐 컨,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휴머니스트.



======================================


 예전의 전쟁이라는 건, 지정된 공간, 지정된 시간에 한한 것이었다. 농촌 사람들은 지구의 한편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 '문물'은 그 모든 것을 동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화나 신문 등등. 
 전쟁이 이루어지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화한통으로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게 되었으며,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키는 것만으로 그 공간의 지형을 바꾸어 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티븐 컨은 이것이 바로 입체파적인 시각을 낳는다고 본다. (지도 위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전쟁의 우두머리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은 실종되어 버린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동시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입체파적인 경험을 피카소는 예술로 표현한다.








                                                                                                              피카소, 게르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