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및 기고문들

이광수,「무명」,『문장』1권, 발간호

soru 2008. 1. 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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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제

감옥에서 만난 마음이 탐욕으로 가득찬 저열한 인간을 비판.

2. 등장인물 성격

①나(진씨) : 몸을 못 움직이고, 영양분 섭취를 많이 해야하는 병에 걸림. 소심하고 말이 적음. 관찰자. 죄명은 알지못함.

②윤씨 : 전라도 출신. 말이 많고 불평이 많아 늘 남의 탓을 한다. 공문서 위조하는 데 도장을 만들어 주었음. 민씨를 늘 괴롭히고 탐욕이 많아 과식을 하여 배탈이 있음.

③민노인 : 홧김에 남의 집에 불을 지른 죄. 몸이 허약하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마름. 양반출신이라 집에 돈이 있으나 16살 먹은 부인에게 모두 남겨놓고 자신은 사식도 먹지 않음.

④정씨 : 정홍례. 윤씨와 공범으로 잡힘. 키가 크고 구변이 좋음. 간병부의 환심을 사려고 매우 노력하지만 실상은 이기적임. 윤씨와 사이가 안좋음.

⑤강씨 : 신문사 기자였으나 다른 남자를 만나는 유부녀를 공갈․협박하여 1600원을 취한 죄. 전문학교까지 마친 지식인. 성미가 괄괄하고 남자다워 윤씨와 정씨를 다그침.

⑥옆방 장질부사 환자 : 27세. 장사를 하다가 망하자 화재보험을 들고 스스로 불을 놓음. 감옥에 들어와 장질부사에 걸림. 예수교 신자로 모든 교육을 교회학교에서 받음.

*그 외 : 간수들, 간병부들.

3. 줄거리 요약

는 입감한지 사흘만에 병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 방에는 윤씨민노인이 있었다. 윤씨는 유치장에서 만났던 사람으로 짐짓 점잖은 체를 하며 민씨과 나에게 자기 병세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는 의사는 믿기 힘들다며 스스로 의사보다 더한 진찰을 하고는 했다. 그는 민씨를 무시하며 똥질을 그만하라느니, 기침을 그만하라느니 하며 괴롭혔으나 나에게만은 친절했다. 그 이유는 내가 늘 사식을 받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윤씨는 늘 자기 밥과 나의 남은 사식까지 먹어치우고는 똥질을 하고 소화불량에 걸렸다. 그러나 나의 사식도 민씨와 윤씨가 서로 먹으려고 싸우는 바람에 끊고 말았다. 나는 '영양분 섭취가 충분해야 낫는 병'에 걸렸기 때문에 사식을 먹어야만 했으나 밥을 뺏어먹고 병세가 심해지는 윤씨를 보니 더욱 사식을 끊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민씨의 병세가 악화되자 방을 옮기게 되었다. 민씨는 석방되는 줄 알고 잠시 기뻐했으나 금새 알아듣고는 좌절했다. 그 사이 윤씨는 간수에게 어설프게 대들었다. 자기 전라도에서는 '서방'이란 말이 머슴이나 하인에게 쓰는 말이기 때문에 간수가 자신을 '윤서방'이라고 부르는 것이 못마땅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윤씨는 간수들에게 한참동안 무시를 당해야 했다. 민씨가 나간 방에 정씨가 들어왔다. 정씨는 윤씨와 공범죄로 들어왔다가 이제야 병감으로 옮긴 것이다. 정씨는 간수와 사이가 좋지않은 윤씨를 나무라며 간수와 간병인에게 잘 보여야 약도 한 봉지 더 얻고, 밥도 한 숟가락 더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더러운 밥을 주물주물 하여 떡을 만들고는 간수에게 뇌물로 주었다. 윤씨는 그것이 더럽다며, 사람을 대하려거든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충고하였다. 정씨는 온갖 깨끗한 척, 착한 척을 했지만 방 안에서 이득은 혼자 취하였다. 한 주전자씩 들어오는 물을 다 써버리고, 맛있는 반찬을 먼저 챙겼다. 그 이후로 윤씨와 정씨는 틈만나면 말싸움을 하였다. 나는 그 사이에 끼고 싶지도 않았고 낄 만한 용기도 없었다.

그러다가 전방을 하게 되었다. 세 명 모두 민씨가 있는 방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민씨는 그 전보다 더욱 말라 해골처럼 보였다. 서울에 있는 돈 많은 매부가 오원씩 차입해 우유를 사 먹는다고 했다. 그는 매부가 부자인 것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그 방에는 강씨라는 키 크고 건장한 청년이 있었다. 강씨는 지식이 상당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윤씨가 병에 대해 아는척이라도 하면 면박을 주고는 하였다. 정씨의 이기적인 행동에도 일침을 가했다. 정씨는 혼자 많이 먹고 밤마다 토하고 똥질을 하였다. 그 옆방에는 장질부사 환자가 독방을 썼는데 밤마다 헛소리를 했다. 그는 부모가 없어서 형수 손에서 컸는데, 장사를 하다가 돈을 얻어보려고 화재보험을 들어 놓고 불을 질렀다고 했다. 나는 그가 꽤나 절박한 심정이었으리라고 짐작한다.

민씨도 병세가 악화되었다. 그는 미음 두 숟갈과 물 두목음만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의무과장이 그를 진찰하였고 곧 민씨는 보석이 되어 방을 나갔다. 윤씨는 나가는 길로 민씨가 죽을 것이라며 히죽거렸다. 옆방 장질부사 환자도 시체가 되어 방을 나갔다. 그는 젊은 나이로 좋은 생을 살수도 있었겠지만 탐욕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이다. 간병부는 그 사내가 예수교 환자여서 죽기 전에 계속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돈에서 세상영화를 구하랴는 매몬의 유혹에 걸렸다가 거진 다 죽게 된 때에야 본심에 돌아 간 모양"(46)이다.

그 이후로 방에 남은 세 사람은 침울해졌다. 윤씨의 기침이 심해졌는데 정씨는 간부들에게 윤씨의 가래침을 검사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씨의 검사결과는 폐결핵이었고 장질부사 환자가 있던 방으로 가게 되었다. 윤씨는 자신은 멀쩡한데 정씨때문에 죽음의 방으로 가게 되었다며 억울해했다. 무죄를 바라며 불경을 읽던 정씨는 일년 반의 선고를 받았으나 재심을 신청하였다. 반면 강씨는 2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배운 사람이 죄를 저질렀으니 달게 받겠다고 본감으로 갔다. 간수들은 죄책을 느끼지 못하는 정씨를 못마땅하게 보았다. 나중에 간병부에게서 들은 바로는 민씨, 윤씨 모두 죽고 정씨는 소화불량과 신장염이 심해져 중병환자로 병원에 가 있어서 재판을 받을 가망이 었다고 했다.

4. 연구논문

「이광수와 김동인의 단편소설 비교 연구」김원일,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83.

「무명」은 이광수가 속해있던 수양동우회가 1937년 6월에 일제히 검거되었던 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다. 이광수는 그곳에서 4개월동안 수감되어 있었는데 풀려나자 마자 당시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 있다. 이광수는 당시 척추 카리에스가 심해져 병감으로 옮겨졌다. 소설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진씨 자체가 이광수의 분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소설의 제목인 '무명'은 불교용어이다. 이는 어리석은 마음, 어두운 마음을 뜻한다. 이광수는 무명을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덕적 양심과 품격을 잃고 마음이 어두운 인간들을 감옥의 세계에서 발견하였고 그것을 무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소설의 시점인 진씨는 윤씨, 민씨, 정씨를 통해 갈등과 탐욕, 이기심, 시기, 질투, 아첨 등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발견한다. 이 논문에서는 무명의 플롯이 네 명의 죄수들이 입싸움, 해소하는 하는 모습을 순서대로 서술하여 제한된 배경에서도 독자를 매료하는 힘을 지닌다고 언급한다. 또한 진이라는 인물은 법을 준수하고 중생의 괴로움을 염려하는 경건하고 정결한 마음씨를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광수 소설의 서사성 연구」, 홍혜원, 이화여자 대학원 박사논문, 2000년.

이 논문은 소설의 구성분석을 중심으로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무명」은 '다툼'의 반복적 제시와 사건의 병렬을 통해서 인간의 원초적 추악함을 형상화한다는 것이다. 공간지향적인 사건의 서술방식으로 소설의 주제를 드러낸다. 이 소설에 나타나는 모든 행위는 감옥, 그 중에서도 병감이라는 협소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감옥은 일상적인 생활과 분리된 곳으로 범죄자를 가두는 곳이 라는 보편적 의미에 기반한다면, 정상/ 비정상 혹은 자유/ 구속의 이항대립이 성립하며 여기서 감옥은 비정상과 구속이라는 부정항에 속하는 곳이다. 더욱이 병감은 감옥 내에서조차 건강/ 불건강의 이항대립을 낳으며, 건강하지 못함이라는 부정성을 가진 곳이다. 결국 인물들의 죽음으로 탐욕의 부정성을 극화한다. 인간의 추악함, 죄, 악업 등은 인간 모두가 가진 보편적인 속성이고, 탐욕은 결국 인간을 파괴한다는 일반론을 제시함으로써 확산적 결말을 유도하는 것이다.

5. 소감

"감옥=구속=질병=추악한 성격=비정상"으로 형상화한다는 홍혜원의 의견에 동의한다. 시점인 '진씨'를 제외한 감방에 들어온 죄수들이 모두 돈을 탐하다가 죄를 지은 것이 흥미롭다. 이광수는 현실의 괴로움에 급급하여 인간의 저열한 성격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매우 싫어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보다 큰 뜻을 위해 사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감방에 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니 화가 난 것이리라. 게다가 지식인인 강씨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을 볼 때, 지식인의 품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