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불필요한 기억.

soru 2015. 2. 2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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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신체에 새겨진다고 했던가. 


옷깃을 날려 내 머리를 덮던 초겨울의 바람.
바람 끝에 서늘하게 새겨져 있던 이별.
골목길 지하방을 비추는 전등불빛. 
알싸한 담배냄새와 오묘히 섞여 있던 고양이 냄새. 
번화한 거리의 지저분한 뒷골목. 
정신없이 울려대는 싸이키델릭한 기타소리. 
혹시나 보게 되지는 않을까 기대하며 몰래 끄적였던 펜촉. 


사실 이제는 꽤 무감각해진 기억들이 되었다. 
현실의 안정감이 날에 서 있던 나를 무디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더이상 그것들은 나의 신체에 남아 있지 않다.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쿡쿡 찔러 생채기를 냈던 예전의 일.


편안함이 준 공허함이 괜스레 불필요한 기억들을 끄집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