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金姸實傳」,『문장』, 1939년 3월.
신념과 지식 없는 신여성의 사상과 행동을 비판.
2. 등장인물
-김연실 : 주인공, 가족에게서 벗어나고자 하여 유학을 떠났다가 신여성의 길을 걷게 된 인물, 김동인이 제대로 된 지식과 신념이 없는 신여성을 비판하기 위해 창조한 캐릭터이다.
-김영찰 : 김연실의 부(父). 동네의 높지 않은 리속(吏屬)이었으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화류계에서는 높은 지위인 것처럼 인정받게 된 인물이다.
-연실의 적모 : 군정의 며느리로 교양 없이 자란 사람이지만 시집 와서는 교양 있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다. 자기의 과거는 생각하지 않고 남의 탓을 하는 사람이다.
-최명애 : 김연실의 진명학교 3년 선배. 일본 유학을 도왔으며, 연실의 행동에 계속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다.
-도가와(戶川) : 연실에게 문학과 일본어를 알려준 친구. 일본의 여류 문학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리창수 : 농과대학생, 첫 남자친구. 조선에 부인이 있지만 연실이 적극적으로 매달려 애인이 된다. 연실과의 만남에서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맹호덕(盟浩德) : 연실의 행동을 비난하는 동경 유학생. 연실을 비난한 기사를 썼으나 결국 연실의 유혹에 넘어간다.
3. 줄거리
1. 평양의 처녀인 연실(姸實)은 김영찰과 그의 소실의 딸이다. 친모는 퇴기(退妓)로 연실을 낳다가 일찌감치 죽었다. 김영찰은 연실을 예뻐하는 편이라 친 아들이 연실보다 한 살밖에 어리지 않지만 연실을 맏딸로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김영찰은 가족보다 첩에게 더 관심이 있어서 연실을 잘 챙겨주지 못하였고, 연실의 적모, 민적상 친모는 연실을 괴롭혔다.
연실은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명학교라는 곳에 부모의 허락도 없이 입학을 하였다. 당시는 '개명사상'을 바탕으로 한 예수교가 막 들어오는 시기였으며, 신문물을 가르치는 학교가 많이 생겼다. 게다가 여자교육의 소학교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학교는 "기생학교"라는 별명을 얻었고 많은 부모들에게 반발을 받았다. 연실도 또한 부모에게 크게 혼나긴 했지만 입학은 가능했다. 적모가 연실을 보지 않는 것을 기뻐했기 때문이다. 연실은 진명학교에서 단 2년 동안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재정적인 문제로 진명학교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2. 연실은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어서 학교에 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것은 "순서없이 너무도 급급히 수입한 자유사상"(9)과 부모에 대한 반항심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실이는 적모와 크게 싸운 후 아버지의 첩 집에 갔다가, 김영찰과 첩이 관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후 연실은 감정과 감동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3. 연실은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를 학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가 연실보다 3년 선배인 최명애가 동경으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기도 유학을 동경하게 된다. 그래서 일본어를 배우고 돈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아니라 집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의해서였다. 일본어 선생은 연실이의 동무(기생)의 오라버니로 나이는 스물다섯이었다.
4. 연실은 생각하는 게 다른 소녀들과 같지 않았다. 성교의 감정적인 면은 하나도 몰랐고, 그것을 남녀 사이라면 당연히 존재하는 의례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일본어 선생과 매일 같이 함께 있으면서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일본어에만 집중하였다.
5. 2개월쯤 일본어를 배우니 선생만큼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연실은 선생에게 성교를 당한다. 그러나 연실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는 '사내와 여인이 때때로 하는 일이거니' 하고 생각하였다. 계속해서 죄책감이나 수치심 없이 공부와 성교를 병행하던 중 적모에게 큰돈이 생긴 것을 알고, 그것을 훔쳐서 동경으로 날아갔다.
6. 일본에 도착하니 최명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실은 부쩍 여성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방학동안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개학을 준비하기로 했다.
7. 연실은 최명애를 따라 "조선어 유학생 친목회"를 따라갔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선각자외다. ~ 여성을 자기네의 노예로 하고있는 현대 포학한 남성의 손에서 一천만 여성을 구해 낼 사람은 우리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남성에게 굴복해서는 안됩니다. 배웁시다. 그리고 힘을 기릅시다. (23)
연실은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감동을 받아서 자기도 조선의 선각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게 되었다.
8.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는 도가와(戶川)가 연실의 일본어 공부를 돕기로 했다. 연실에게 공부를 돕기 위해 많은 양의 책을 내어 주었다. 연실은 그 책들을 읽으면서 알지 못할 감정에 휩싸였다. 연실이 책에 감화되자 도가와는 그것이 예술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일본의 여류 문학가가 될테니 연실은 조선의 여류 문학가가 되라고 부추겼다. 연실은 문학이 무엇인지, 예술이 무엇인지, 여류 문학가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소설을 통해 알게된 이상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인생의 연애는 예술이요, 남녀간의 예술은 연애"(33)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연실은 자유연애와 자유결혼을 여성해방으로 보고, 자신이 조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애와 성교를 같은 것으로 믿어버린 것이다.
연실은 농과대학생인 리창수에게 연애의 감정을 느꼈다. 리창수는 사실 조선에 두고 온 아내가 있다고 고백했지만 적극적인 연실은 그와 잠자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온 학교에 소문이 났다. 연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연애를 위해 음대로 학교를 옮겼다. 음악이 곧 예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9. 연실은 학교를 옮긴 후 연애와 신여성에 가까워진 듯하여 기뻤지만, 애인인 리창수가 너무 소극적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0. 연실은 최명애를 만났는데, 최명애는 연실에 대해 퍼진 소문을 듣고 '신성한 연애'를 하라고 충고한다. 연실은 신성한 연애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그러나 최명애 또한 애인이 있는 여성이었다. 그는 "신여성치구 애인없이 어떻게 행세를 한단말이야"(43)라고 말한다. 연실은 학교 내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하룻밤씩의 연애"를 하고 있었다.
11. 어느 날 연실은 동경 유학생의 기관잡지인 XXX의 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은 연실의 생활을 비판하면서 유학생의 의무를 주장하고 있었다. 연실은 너무나도 분해서 어쩔줄 몰라 하다가 최명애를 만나러 갔다. 최명애는 함께 잠을 자던 남자를 보내고 연실에게 충고를 했다. 그 충고는 욕한 사람을 직접 찾아가서 유혹하라는 것이었다. 연실은 그 충고가 소름끼칠만큼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남자의 이름이 맹호덕(盟浩德)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맹호덕은 적극적이고 남자다웠기 때문에 진정한 연애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이제는 완전한 조선 여성계의 선구자라는 신념을 지니게 되었다.
4. 관련 논문
1. 이혜령,「1920년대 동인지문학의 성격과 여성인식의 관련성」,『한국소설과 골상학적 타자들』, 소명, 2007.
이 논문의 주제는 동인지문학 주체들에게 근대적 자아의 성립은 "예술가됨"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대상은 주로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여성을 향한 성적 욕망이나 사랑이 매우 중요한 제재로 드러났다고 한다. 여기서 다루는 작품은 주요한의「불놀이」, 김동인의「약한자의 슬픔」, 나도향의「젊은이의 시절」, 이상화의「나의 침실로」등이다. 작가들이 여성의 몸을 신성한 것, 원초적인 것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예술을 실현한다는 주장인데 사실「김연실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극중 연실이 예술과 음악, 문학, 연애, 성을 모두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았다.
2. 表彦福,「金姸實傳 硏究」, 목원대학교, 1984.
「김연실전」은 김동인이 창조의 동인으로 활동했던 실재인물 김명순을 모델로 쓴 작품이다. 김명순은 나혜석, 김원주와 함께 제1기 한국 여류 문단을 형성했던 실재 인물이다. 김명순은 김연실과 마찬가지로 소실 태생으로 애정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다. 그리고 반항적 성적 방종의 생활로 빠져들어 숱한 남자들에게 농락을 당하다가 정신분열을 일으키고 걸인이 되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김동인은 김명순의 비극적인 생애를 보면서 과도기 '신여성'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김동인은 신여성들에게 필요한 예술적, '자기의 통절한 요구'가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김동인은 여자에게서 영혼과 창조력을 발견할 수 없다는 보수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가 싫어하는 여성상을 작품화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의 다른 소설 "약한 자의 슬픔"에서도 '서양문물의 겉물을 핥'으면서 선구녀인 척 하는 여성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비웃고 기성의 질서에 순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이 생각은 춘원 이광수를 비판하면서 쓴 것이다. 자유연애를 여성해방으로 생각하는 그의 계몽적 글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동인은 연실이가 연애와 문학, 연애와 예술 혹은 연애와 성행위를 동일시한다는 내용을 되풀이하며 연실의 관념을 냉소적으로 혐오하고 비난하는 일에 몰두해 있다.
5. 소감
여성의 교육과 현실, 사상, 그리고 남성에 바라보는 여성상까지 상당히 사실적으로 나타나있다. 하지만 연실의 성격이 상당히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아 김동인이 의도적으로 신여성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과 신식 문물이 교차하는 사회 안에서 모순적으로 신여성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 의하면 신여성은 사실상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정신적 문제를 지닌, 지식이 없고 감정도 풍부하지 못한, 성도착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조선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상황을 비판하는 것이다. 김동인은 소설의 말미에 이 뒤의 사건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암시를 두고 있다. 실제로「선구자」,「집주름」두 작품이 뒤이어 발표되었다고 하며, 내용도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