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경제학-철학 수고』발제 / 세 번째 초고 中 욕구, 생산과 분업

soru 2008. 7. 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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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학>

  국민경제학은 자본주의의 목적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학문이다. 국민경제학은 사치를 장려하고 절약을 저주하거나, 절약을 장려하고 사치를 비판하는 두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존재해야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 소비와 생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항은 낭비와 절약, 사치와 궁핍, 부와 빈곤이 결과적으로는 같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은 점점 더 사치스러운 인구를 창출하며, 그 사치스러운 인구는 빈곤한 인구를 착취하면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사치스러운 인구와 빈곤한 인구는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국민경제학은 자본주의 사회의 도덕적 학문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덕적 법칙들을 표현한다. 국민경제학적 도덕은 절약과 성실을 최상의 가치로 내세운다. 이러한 도덕률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의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살아간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노동자들은 가장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경제학은 부의 학문이면서도 동시에 체념, 궁핍, 절약의 학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최소한으로 절약하게 되며, 억압에 대한 보상으로 화폐를 얻게 된다. 자기 자신을 소외시킨 값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국민경제학은 인간의 욕구와 수단을 세련된 방식으로 실현하게 하면서 동시에 동물적 욕구를 점점 황폐화한다. 대공업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종류의 인간을 기계에 맞춘다. 어린이의 욕구, 여성의 욕구마저도 모두 화폐로 환원할 수 있도록 기계화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눈에 보이는 착취는 점차 사라진다. 하지만 인간의 화폐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여 인간성을 착취하는 방식은 강화된다. 이것이 바로 화폐의 추상이며 세련화이다. 인간의 모든 열정과 활동들이 돈에 대한 탐욕 뒤로 사라진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는 타인의 희생을 강제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유혹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유혹은 새로운 경제적 파멸의 방식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요구할수록 화폐의 힘이 증대하며, 동시에 인간의 곤궁도 증대한다. 프롤레타리아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를 양적으로 환원하게 된다.

<사적소유>

  사적소유는 문명이 발전한 이래로 발생했다. 사람들은 공동체적 생활을 마치고 부를 개인의 것으로 점유하였으며 그것을 상속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사유재산은 사치품이나 생활용품으로 낭비되거나 토지를 소유하는 데에 이용된다. 사적소유가 과도하게 낭비되는 경우에는 소유자가 몰락하고, 토지를 소유하게 될 경우에는 산업 자본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든 사유재산은 산업자본이 된다. 사유재산의 본질은 노동이므로, 사유재산의 소유자는 노동 아래에 예속된다. 사유재산의 소유자는 재생산을 위한 자본 이외의 것들만 소유하고 향유할 수 있다. 인간이 아니라 화폐가 생활의 패턴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현대의 모든 토지는 그 토지의 소유자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집의 토지를 잠시 빌린 것뿐이며,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순간 그 토지에서 다시 소외되게 된다. 예전에는 인간에게 돌아갈 ‘혈거’가 있었지만, 이제는 온전한 자신의 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집에서조차 소외되는 것이다. 그들이 고생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만 겨우 얻을 수 있는 주거는 타인의 집, 낯선 집일뿐이지 자신의 고향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공산주의의 목적은 인간성을 되돌리는 것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는 인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소외를 지양하고, 지기의식을 발현하며, 현실적. 물질적 욕구를 인정해왔다. 공산주의는 다시 인간성을 되돌리기 위해서 사유재산을 부정한다. 사유재산을 지양함으로써 소외되기 전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공산주의적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한 좋은 예로서 공산주의적 수공업자들의 단결을 볼 수 있다. 이들의 단결은 새로운 욕구, 협회의 욕구를 목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들의 우애는 진실하며, 인류의 고귀함으로 단련된 것이다.

<분업>

  인간들은 서로 각기 이질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그 재능들이 다양하게 결합되고 이용되었기 때문에 교환이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각의 인간들이 분리되고 자연스러운 협업이 제한되면서 교환을 통한 재능교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교환하려는 경향은 인간 생활의 분업을 야기하며, 교환 능력이 신장될수록 발전한다. 따라서 분업의 증대는 시장의 확대를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업은 시장의 확대를 야기하면서도 인간의 능력을 한정하고 조건 짓는다.

  분업과 교환은 인간적 활동과 본질적 힘이 화폐로 명백하게 외화된 표현이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인간의 능력은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유재산을 지양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인간의 삶이 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분업은 생산의 증대를 위해 필요하지만 인간 개인의 활동을 빈약화하며 본질에서 소외시킨다. 인간의 다양성이 무력화되고 묵살되어버리는 것이다.